“가상현실(VR) 기술이 산업계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3차원(3D) TV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입니다. VR은 산업계의 비용절감 도구로서, 그리고 잠재력 면에서 경쟁력이 충분한 산업입니다.”
시선추적 기술 전문기업 비주얼캠프의 석윤찬(사진) 대표는 VR시장이 천천히 오고 있을 뿐 무너지는 시장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석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주최 ‘테크인사이트’ 세미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공장 프로세스, 건축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VR은 생산비용을 줄이는 요소가 적지 않아 수요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잠깐 반짝했다가 급속히 인기가 식은 3D TV와는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VR은 스마트폰에서도 활용되는데 전 세계 30억대를 웃도는 스마트폰 수를 감안한다면 잠재력은 3D TV와 비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석 대표가 지난 2014년 세운 비주얼캠프는 VR·증강현실(AR)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선추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시선추적 기술을 이용하면 손을 대지 않고도 휴대폰 스크롤을 내릴 수 있다. 비주얼캠프는 추적 정확도와 처리속도 등에서 글로벌 경쟁사들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VR 사용자가 느끼는 현기증의 레벨측정 알고리즘 개발의 핵심이 되는 기술을 비주얼캠프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석 대표는 시선정보를 ‘현금’에 비유했다. 사람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지 추적하고 데이터를 모으면 기업의 마케팅·광고 등에도 활용할 자산이 된다는 것. 그는 “시선이 가는 곳은 사용자가 관심이 있다는 증거고 관심 대상을 안다는 것은 엄청난 정보”라며 “마치 신용카드 사용 패턴이 기업들에 중요한 데이터가 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비주얼캠프는 9월 VR 기반 분석 솔루션 ‘트루게이즈 VR애널리시스’를 출시했다. VR 환경에서 시선추적 실험설계부터 관리, 분석, 결과 도출에 이르는 데이터 분석을 도와주는 웹 플랫폼 기반 서비스다. 그동안 시선 데이터 분석 솔루션은 주로 해외 기업들이 독점해왔다. 글로벌 기업들의 시선분석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비주얼캠프도 구글·화웨이 등과 접촉하고 있다고 석 대표는 소개했다.
그는 “가령 VR을 모바일게임에 적용한 게임회사는 VR로 사용자에게 재미를 주고 비주얼캠프는 그 과정에서 창출되는 데이터의 분석 솔루션을 게임회사에 제공할 것”이라며 “우선 B2B(기업간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석 대표는 이미 대학 4학년 때 창업의 길에 들어서 10여년 동안 동영상 쇼핑몰, 소셜커머스 스타트업 등을 세웠고 비주얼캠프가 네 번째 창업이다.
그는 “VR 시선 데이터 분석은 원유를 캐면서 정유까지 함께 아우르는 분야”라며 “앞으로 모바일에 VR을 접목한 데이터 분석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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