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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판친 쪽지예산..."혈세가 홍보용 전락"

예산안 '최장 지각처리' 오명

민주 이해찬·조정식·윤호중

한국 김성태·안상수·장제원 등

'지역구 민원 예산' 쓸어담아

"비판 클수록 홍보효과 역이용"





국회가 예산안 ‘최장 지각 처리’라는 오명을 남긴 가운데 이번에도 여야 실세 의원들은 ‘밀실’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되지도 않은 지역구 민원성 예산을 쓸어담는 구태를 반복했다. 매년 이 같은 관행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의원들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은 언론에 대서특필될수록 지역구 홍보 효과는 극대화되는 구조 때문이다. 일부 의원은 ‘쪽지예산’ 1인 시위까지 감행하며 비판기사를 홍보에 역이용하기도 했다.

내년도 예산안이 지난 8일 새벽 본회의에서 처리된 가운데 의원들은 전날 오후까지 이어진 증액 심사에서 지역구 예산을 한 푼이라도 늘리기 위해 물밑에서 쪽지예산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예외는 없었다. 당 대표 취임 이후 국회의사당 세종 분원 설치, KTX 세종역 신설 등을 주장해온 이해찬 대표가 대표적이다. 세종시의 경우 국립세종수목원 조성 예산이 당초 정부 예산안 303억4,500만원보다 253억원 늘었다. 국립세종의사당 건립비 10억원과 세종 산업기술단지 조성사업비 5억원도 각각 증액됐다. 국립세종의사당 관련 예산의 경우 세종시 분원 설치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예산부터 책정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활동하며 릴레이 협상을 담당한 조정식 의원도 지역구인 경기 시흥을에서 10억원의 예산을 더 확보했다. 당 사무총장인 윤호중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구리시에서는 구리동구릉 역사경관복원정비 예산이 5억원 증액됐다. 사회간접자본 예산도 대폭 늘었다. 안성~구리 고속도로 건설비가 600억원, 구리시 사노동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비가 10억원, 구리시 인창동 새마을 도시계획도로 개설비가 4억원, 구리경찰서 갈매파출소 신축비가 20억8,000만원으로 각각 증액된 것이 확인됐다.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과 손잡은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지역구 예산을 챙겼다. 특히 수정 예산안 합의 과정에 직접 관여한 김성태 원내대표, 안상수 예결특위 위원장, 장제원 예결위 간사 등의 지역구 예산 증가 폭이 컸다. 이달 4일 예산조정 소소위로부터 ‘예산안 합의’ 바통을 이어받아 8일 본회의 처리 전까지 10여차례 원내대표 회동에 임했던 김 원내대표는 지역구인 서울 강서을과 관련된 지하철 9호선 증차 예산으로 통 크게 500억원을 챙겼다. 수년째 ‘지옥철 9호선’의 책임자를 문책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김 원내대표는 정부가 직접 투입할 수 없는 지하철 증차 예산을 서울시 예산 증액을 통해 우회 지원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인천 중·동·강화·옹진이 지역구인 안 예결위원장은 총 44억원가량을 증액했다. 장 의원은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관련 예산으로 82억여원을 예산 심사 과정에서 늘렸다.

이와 관련해 서경 펠로인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민원성 예산은 지역구 의원들이 차기 총선에서 치적으로 내세우기 위해 만드는 게 대부분”이라며 “소소위에서 실세 의원들의 짬짜미에 의해 용인해주는 불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회의록에 남지도 않고 밀실에서 몇 분 만에 제대로 된 검토도 거치지 않는 게 적절하냐는 문제가 있다”며 “국민의 혈세가 자신들의 당선을 위한 부속물로 전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정연·임지훈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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