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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된 철도 안전…잇따른 사고 왜] 낙하산 사장…노선 늘리고 정비인원 줄여 "참사 안난 게 천운"

철길 11% 연장 속 예산 2% 감소

인력 외주화로 '안전불감증' 초래

개통 1년 '강릉선 KTX' 사고 터져

부실 시공 가능성 지적…불안감 가중

철도노조 복직·남북철도 연결 등

정부 코드만 맞추려다 기본 소홀





코레일은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4일까지 10일간 비상안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차량 분야 총괄책임자와 주요 소속장 4명이 보직 해임되는 인적 쇄신도 이뤄졌다. 비상경영 체제가 끝난 5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전 본사를 찾아 철도 사고·장애 재발방지를 지시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총리 방문 후 사흘이 지난 8일 강릉역을 출발한 서울행 806호 KTX 열차는 5분 만에 탈선하며 처참하게 지그재그로 꺾였다. 강릉선 KTX 개통 1년도 되지 않아 중대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KTX는 한 번에 수백 명이 타고 다니는데 참사가 나지 않은 것은 ‘천운(天運)’”이라고 말했다. 사고는 시기의 문제일 뿐 필연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철도 노선은 매년 늘어나는데 정비예산은 오히려 줄고 정비인력도 감소해 대형사고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20일간 무려 10건의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신호제어 시스템 오류 추정…3주간 사고 10건=철도는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맞지 않는 이야기다. 지난달 19일 오전1시9분께 서울역으로 진입하던 KTX 열차가 선로 보수작업 중이던 포클레인의 측면을 들이받아 작업자 3명이 다친 것을 시작으로 하루 뒤인 20일에는 충북 청주 오송역에서 KTX 열차 전기공급 중단으로 고속철도 경부선과 호남선, 상하행선 열차 120여대의 운행이 지연됐다. 22일에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지하철 분당선 열차가 1시간가량 멈춰 섰다. 이렇게 3주간 10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이번 탈선사고는 빠를 때는 시속 300㎞ 가까이 달리는 KTX가 선로를 이탈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불안이 최고조에 다다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이번 사고는 개통 1년이 안 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유지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애초에 부실시공됐을 가능성도 언급된다. 코레일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사고현장 초동조사에서는 사고원인을 신호제어 시스템 오류로 진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 오전7시30분 열차 탈선 직전 강릉역과 코레일 관제센터에서는 KTX 강릉선과 영동선이 나뉘는 남강릉분기점 일대의 신호제어 시스템에 오류 신호가 포착됐다. 코레일은 직원을 현장에 투입해 오류가 난 선로 신호 정상화에 나섰지만 그사이 열차가 진입하며 탈선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노선 연장 11% 늘었는데 정비예산 오히려 2% 줄여=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 등 각종 기관차와 전동차의 고장 건수는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 661건으로 집계됐다. 2013년 150건, 2014년 137건, 2015년 99건, 2016년 106건, 2017년 118건, 올해 7월 기준 51건이다. 올해 발생한 고장의 원인을 살펴보면 43.1%인 22건이 부품 요인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나머지는 제작결함 16건(31.4%), 인적요인에 의한 정비소홀 5건(9.4%), 기타 요인 8건(15.7%)이었다.

빈발하는 사고가 정비역량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구조적 문제라는 얘기다. 실제로 전체 철길의 길이는 2015년 8,465㎞에서 2017년 9,364㎞로 899㎞(10.6%) 늘어났는데 이 기간 차량 정비·인력예산은 4,337억원에서 4,243억원으로 되레 2.2% 줄었다. 또 정비인력은 정원 대비 2015년 38명이 부족했는데 2017년에는 결원 규모가 205명까지 늘었다. 코레일은 인원 부족을 외주인력으로 보충했다는 설명인데 이 같은 안전의 외주화가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구호만 남은 ‘비상경영’…경영진 무능 질타=시스템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최근의 비상경영체제에서도 사고가 반복된 데 대해 코레일 전반의 기강 해이와 경영진의 무능을 질책하는 목소리도 크다. 코레일이 현 정부의 이슈인 고용문제나 남북철도 연결, 코레일과 SR 통합 등에 치중하다 보니 안전한 철도 서비스 제공이라는 기본적 업무에 소홀해졌고 노조친화적인 분위기 속에 노사 간 긴장의 고리가 끊어지며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회사의 지시나 요구가 노조에 먹히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지도 오래다. 현장직원들의 안이한 근무자세도 개선 사항으로 꼽힌다. 실제로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비상경영체제 운영을 선언한 당일에도 열차 고장 사고가 발생했다. 경영진의 의지가 현장에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은 “현 정부 들어 철도 노후시설 교체 및 관리비용이 현저히 줄어들어 안전시설에 문제가 생겼다”며 “기강 해이를 바로잡지 못하는 경영진도 잘못”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윤기자 임진혁기자 h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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