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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마크롱 대통령 중대발표…佛 정국 분수령

유류세 인상 철회에도 잦아들지 않은 시위의 불길

금주 초 '마크롱 메시지'…시위 확산-수습 기로

8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4차 대규모 ‘노란조끼’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한 시위 참가자 뒤로 자동차가 불에 타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파리, 마르세유 등 프랑스 전역에서 12만 5,000명가량이 참가했다. 시위대는 부유세 부활과 서민복지 추가대책 등을 요구했다. /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파리, 리옹, 마르세유 등 프랑스 곳곳에서 네 번째 대규모 ‘노란 조끼’(Gilets Jaunes) 시위가 열렸다. 이번 시위는 최악의 폭력 사태로 얼룩졌던 3차 집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번 시위에 12만 5,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여전히 상당한 규모지만 지난주 2차 시위(16만 6,000명), 3차 시위(13만 6,000명)에 비해선 다소 줄었다. 1차 시위(29만명)와 비교했을 때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정부가 노란 조끼 시위의 핵심으로 꼽히던 유류세 인상을 철회한 점, 경찰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경비를 펼쳤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정도 줄어든 참가자 수로는 시위가 잦아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사태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직 조용하다. 시위 현장을 둘러보며 경찰의 노고를 위로한 적은 있지만, 시위대를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거나 직접 관련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필리프 총리는 4차 노란 조끼 시위가 벌어지기 하루 전에 노란 조끼 시위대 대표자 7명과 면담하고 그들의 의견과 요구사항을 들었다. 이어 8일에는 TV로 중계된 성명에서 “(시위대와의) 대화가 시작됐고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면서 대화와 화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AFP 통신이 지적한 대로 향후 노란 조끼 시위의 양상을 가를 결정적 요소는 마크롱 대통령이다. 필리프 총리는 8일 성명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대화를 견인할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필리프 총리가 말한 대로 이번 사태를 촉발한 이가 마크롱 대통령인 만큼, 이를 끝낼 수 있는 주인공도 마크롱 대통령이다.



이와 관련해 4차 집회 하루 뒤인 9일 뱅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이날 프랑스 LCI TV에 “마크롱 대통령이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발표의 세부 내용과 정확한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로이터 통신은 이날 엘리제궁 관계자를 인용해 마크롱 대통령이 10일 오전 9시(그리니치표준시·GMT) 노동조합과 고용주 단체, 지방 선출직 공무원 협회 대표 등을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대통령은 이 어려운 시기에 나라를 위해 정치·사회·경제단체들을 한 자리에 모은 뒤 그들의 목소리와 제안을 들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됐던 노란 조끼 시위는 현재 최저임금 인상, 거주세 인하, 부유세(ISF) 부활, 대입제도 개편 철회 등을 주장하며 마크롱 정부의 여러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반대로 확산한 모양새다. 따라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실상 처음으로 직접 나서는 ‘중대 발표’에서 수많은 ‘노란조끼’들의 목소리에 어떤 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정치적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현재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최근 노란 조끼 국면 한가운데에서 이뤄진 조사(칸타소프르-원포인트)에 따르면 그의 국정 지지율은 21%였다. 취임 직후인 작년 5월에 50% 후반∼60% 초반을 기록했던 것을 떠올리면, 현재 마크롱 대통령의 처지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몇 달 전부터 마크롱의 지지율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정권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이번 주 초에 발표될 마크롱 대통령의 메시지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노란조끼’ 시위에 참가한 ‘장마르크’라는 이름의 60대 남성은 “마크롱 대통령은 서민을 위한 정책보다 부유층을 위하는 일을 먼저 했다. 대국민 발표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에게 아주 많은 양보를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부자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중산층과 빈곤층의 높은 반감을 사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주 유류세 인상을 철회함으로써 ‘백기’를 들었지만 시위는 잦아들지 않았다. 과연 마크롱 대통령이 또 한번 ‘투항’할지, 아니면 이들을 다독일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지, 그에게 절체절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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