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화웨이 멍완저우 부회장 체포 사태와 미중 간 무역협상은 별개의 문제라며 ‘선 긋기’에 나섰지만 중국 주요 매체들이 일제히 미국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며 총공세에 나서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강대강 대치국면으로 흐르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무역협상단을 이끄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CBS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멍 부회장 체포가 중국과의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큰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면서 “내가 하는 (무역협상) 일과 행정부의 무역정책 결정 과정과는 완전히 별도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폭스뉴스 방송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업무 만찬 당시 체포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미중 관계가 재냉각될 조짐을 보이자 불 끄기에 나선 모양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그러면서도 “내 생각으로는 내년 3월1일이 단호한 최종시한(hard deadline)”이라며 “90일이 지나면 관세가 인상될 것”이라고 중국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 발언은 강경파인 그가 무역협상 연장 가능성에 선을 긋고 기한 내 타결 방침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 7일 협상파로 꼽히는 커들로 위원장이 CNBC 인터뷰에서 “만일 90일 안에 좋은 움직임이 있고 좋은 조치가 있다면 대통령은 90일을 연장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쳤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중한 모습으로 일관했던 중국은 강경 모드로 급선회했다. 특히 중국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미국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며 총공세에 나섰다. 관영 신화통신은 10일 논평을 통해 “미국은 습관적으로 자국법을 국제법 위에 두고 패권주의적 행태로 온갖 간섭을 하고 있고 캐나다도 미국의 지시에 따라 미 패권주의 행태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경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도 사평에서 이번 사건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인민일보는 사설 격인 종성을 통해 “중국 국민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익을 침해해서는 안 되며 이런 행위는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9일에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해 구속 철회를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편 멍 부회장은 미 수사당국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결백을 주장하며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심리 기간 보석을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멍 부회장은 9일 공개된 법정 진술서에서 “제기된 혐의에 결백하다”며 “미국 신병 인도에 맞서기 위해 밴쿠버에 체류하고자 하며 인도된다면 미국에서 혐의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심각한 고혈압 등 건강 우려를 이유로 미국 인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 보석금을 내고 석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