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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중소·중견기업 해외건설시장 진출 부진 이유는

이건기 해외건설협회장





올해 국내 건설 수주액은 주택시장 부진 등의 요인으로 전년 대비 약 15%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통상 국내 건설시장이 침체하면 해외 건설시장은 반대로 회복하는 패턴을 보이고는 했다. 특히 유가 상승 등 대외여건이 호전되는 시점과 맞물리면 해외수주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 기업의 해외수주상황을 살펴보면 두 가지 특이점이 눈에 띈다. 첫 번째, 해외 건설시장의 신규 발주는 완만히 회복되는 반면 우리 기업들의 입찰 참가율은 여전히 저조하다. 이는 지난 2013년 어닝쇼크 이후 기업들이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인 수주전략으로 선회해 더 이상 외형확대를 위한 무분별한 입찰 참여를 하지 않는 것이 그 원인일 것이다.

두 번째, 주로 대기업 하도급으로 해외에 진출하던 중소기업이나 1억달러 이하 소규모 프로젝트 위주로 진출했던 중견기업의 활약이 크게 줄고 있다. 전반적인 수주액 감소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동안 가격 경쟁력으로 버텨오던 중소기업들이 수익성 감소로 하나둘씩 철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규모 프로젝트 틈새시장을 노리던 중견기업들마저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 등을 제외하면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진출 규모 축소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해외건설 시장의 규모는 매년 1조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기회의 장이다. 몇몇 대기업의 독자 경쟁력만으로는 사업을 지속해 수주하기 어렵다. 정부·민간·공기업·금융기관 등이 ‘팀 코리아(team korea)’를 이뤄 협력하고 분야별로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들이 지지해줘야만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 공사수행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이나 외화가득률 제고 등 국내 경제로의 낙수효과를 기대하려면 중소·중견기업의 참여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해결 방안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에서 지원 중인 ‘중소기업수주지원센터’를 ‘중소·중견기업 진출지원센터(가칭)’로 개편해 명실공히 중소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까지 아우르는 종합지원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폭적인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 동시에 싱가포르의 사례와 같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할 수 있도록 상생협력을 위한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 둘째,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진출에 있어 최대 걸림돌인 보증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해외건설 진흥기금’을 부활시켜 신용을 보강해줌으로써 금융기관의 지원 가능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해외 건설시장의 진출 확대를 논하기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 수주확대가 곧 해외건설의 수주확대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는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진출 부진이 과연 그들만의 문제인지 냉철히 생각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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