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규 대표가 해온 리조트·골프장 등의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특징은 기존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시도라는 점이다. 그는 “기존 성공방식을 답습하는 것이 오히려 사업의 리스크를 키운다”고 말한다. 사드 여파로 최근 침체에 빠진 호텔업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업자들이 돈이 좀 된다 싶으니 비슷비슷한 호텔을 우후죽순 지었고 결국 하나의 외부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반면 아난티의 경우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의 발길을 잡을 만큼의 고급화와 차별화가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 성장한 1,505억원이었고 올해도 분기별로 4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가 이번에는 다시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짓는 호텔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산과 바다에 마을 같은 리조트를 짓다 보니 도심 속 공간을 만들어보는 게 숙원사업이었다”며 “도시의 인프라를 마을 삼아 ‘집’을 지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은 이름도 ‘메종 아난티’. 메종은 집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당초 분양할 수 있는 고급주택사업을 기획했으나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한 호텔로 선회했다. 국내 최초 120개 전 객실이 테라스를 갖춘 약 30평의 최고급 복층형 스위트룸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실내외 수영장, 사우나, 이터널 저니 등도 부대시설로 들어온다.
그러나 진정한 부대시설은 논현동 일대다. 이 대표는 “이 장소를 너무 사랑한다”며 “도산공원이 있고 맛집과 멋집이 넘치는 가로수길도 가깝다. 주변에서 즐기다 돌아와서 쉴 수 있는 편안한 집과 같은 곳을 짓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난티 코브 때처럼 설렌다고 했다. 이번에도 민성진 소장이 설계하는 이 호텔은 연내 착공될 예정이다.
사람들이 즐겁게 머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에 대한 관심은 어릴 적부터 갖게 됐다. 그는 “어릴 때 봤던 외국 영화에서는 멋있는 곳들이 많은데 왜 한국에는 그런 곳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파산한 대우그룹에서 나온 후 부동산업을 하는 아버지로부터 30억원의 종잣돈을 받아 지금까지 사업을 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도 장소와 공간에 대한 관심이다.
특별하면서도 요란하거나 강요하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이 대표는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요즘은 오프라인에서의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를 단박에 불편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유니클로를 즐겨 입고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그의 라이프스타일 역시 편안함이 주요 키워드다. 그는 가급적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매출 목표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최고경영자(CEO)의 입에서 숫자가 나가는 순간 직원들은 숫자에만 매달려 소비자들에게 지출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영업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방문하는 사람이 어떤 감성을 느끼고 돌아가느냐가 업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며 “메종 아난티 역시 최대한 힘을 빼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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