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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드보복 보고도 中서 전기 들여오겠다는건가

한중일러의 전력망을 연결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의 윤곽이 드러났다. 한국전력은 동북아 전력망의 연결 필요성과 여기에 들어가는 약 7조~8조원 규모의 재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고서를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했다. 국내 전력수급 안정화가 주목적이라고는 하지만 ‘탈석탄·탈원전,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른 전력수급과 계통 불안정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수단 확보’라는 점 역시 주요한 고려 요인으로 지목됐다.

물론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접 국가와의 전력망 공유는 남북 분단의 지리적 한계로 ‘전력 섬’에 갇힌 우리나라가 에너지 고립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는다. 중국과 몽골의 풍력발전과 러시아의 가스발전으로 만들어진 값싼 전력을 수입하면 국내 전기료를 낮출 수 있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이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문제는 이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의 전력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고비사막에서 생산된 풍력에너지가 한국으로 오려면 중국과 북한을 거쳐야 한다. 사드 보복 때처럼 중국이 자국을 통과하는 전력망을 한국 길들이기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북측도 북미협상이 틀어지고 북핵 문제가 재부상하면 전력망을 무기화할지 모른다. 2000년대 중반 러시아의 가스관 차단으로 동유럽이 당하던 고통과 위험이 우리나라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



동북아 국가들은 북핵 문제와 영토분쟁, 아시아 패권경쟁 같은 외교안보상의 문제로 사사건건 충돌한 탓에 서로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다. 과거 동북아 슈퍼그리드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진척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한미일과 북중러가 북핵 문제를 두고 미묘하게 대치하는 형국이다. 중국과 북한의 태도가 언제 돌변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현재 국면이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국가의 목숨줄과 같은 전력안보를 남에게 넘겨줘서는 안 된다. 지금은 다자 간 전력망 공유가 아니라 원전 같은 효율성 높은 에너지의 활용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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