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태블릿PC, 가방, 현금 등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11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대우건설 법인과 이 회사들의 임직원, 홍보대행업체 관계자, 조합원 등 총 334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현대는 전무 등 7명, 롯데는 부장 등 14명, 대우는 부장 1명이 각각 송치됐고, 이 회사들을 대신해 금품을 뿌린 홍보대행업체 3곳의 대표와 직원 총 293명도 적발돼 검찰에 송치됐다. 돈을 챙긴 조합 대표나 조합총회 대행업체 대표 등 19명도 함께 적발돼 검찰에 넘겨졌다. 돈을 받은 조합원은 총 1천400명에 달하지만, 경찰은 이들 중 영향력이 크고 금품을 많이 받은 이들만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지난해 9∼10월 서초구 반포동과 송파구 잠실동의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총회를 앞두고 홍보대행업체를 내세워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건설사들이 제공한 금품은 각각 현대 1억1,000만 원, 롯데 2억 원, 대우 2억3,000만 원으로 조사됐다. 다만 현대와 롯데는 수십억 원대 홍보예산을 책정한 정황이 있어 혐의 액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고급 호텔에 조합원들을 불러 좌담회를 한다는 구실로 무료로 숙박을 하게 해 주거나 “제안서를 저장해뒀으니 읽어보라”며 태블릿PC를 건넨 뒤 돌려받지 않는 수법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대부분 “홍보 용역대금을 줬을 뿐 금품을 제공한 것은 대행업체의 책임”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홍보대행업체 직원들이 건설사 명함을 소지하고 조합원들에게 접근했던 점, 대행업체가 금품 제공 내용을 건설사에 일일이 보고했던 점에 비춰 건설사에 혐의가 있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조합원들에게 제공한 금품이 모두 홍보 용역비로 책정돼 결국 시민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같은 로비 끝에 각각 현대는 반포, 롯데는 잠실, 대우는 신반포의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현대의 부장은 조합총회 대행업체에 5억5천만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나 배임증재 혐의가 적용됐다. 조합총회 대행업체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건설사의 부정 홍보를 감시할 역할이지만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 부장 2명은 홍보대행업체에서 4,000만원과 6,000만원을 수수하고, 롯데 관계자 9명은 홍보대행업체 법인카드를 받아내 총 3억 원을 쓰는 등 ‘갑질’도 만연했던 것으로 확인돼 이 부분에는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됐다.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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