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름철마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11일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누진제 개선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이는 올 여름 폭염으로 전기료 ‘폭탄 청구서’가 쏟아지자 누진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커진 것을 반영한 조치다. TF는 학계, 국책연구기관,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전력·소비자 전문가와 소비자·시민단체, 산업부, 한전 등으로 구성됐다. 전기요금 개편이 국민 공감대가 필요한 사안인만큼 정부가 방향을 정하지 않고 민간위원 중심의 TF에서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TF는 누진제의 성과와 문제점을 평가하고 토론회와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와 국회 협의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최종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누진제 완화, 누진제 유지·보완은 물론, 누진제 폐지까지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력업계 등에 따르면 누진제 개편 논의는 현재 가장 적은 요금을 내는 1구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현행 누진제는 전력 사용량이 200kWh 이하인 1구간에 1kWh당 93.3원을 적용한다. 또한 2구간(201∼400kWh)에 187.9원을, 3구간(400kWh 초과)에는 280.6원을 부과한다. 현재 이러한 3개 구간을 2개로 줄이거나 누진제를 폐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2016년에 6개 구간을 3개로 줄였는데도 매년 누진제 논란이 반복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엔 누진제 폐지가 가장 현실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누진제를 폐지하고 단일 요금을 적용할 경우 1구간에 속한 소비자들의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전의 지난 2017년 평균 전력판매단가인 1kWh당 108.5원을 동일 적용할 경우 총 2,250만 가구 중 누진제 1구간의 800만 가구와 2구간 600만 가구 등 총 1,400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오르고 나머지 850만 가구는 전기요금이 낮아진다. 이는 전기를 적게 쓰는 저소득층의 요금을 올려 전기를 많이 쓰는 고소득층의 요금을 깎아준다는 ‘부자 감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저소득층이 전기를 적게 쓰고 고소득층이 많이 쓴다는 가정은 검증되지 않았다. 만일 고소득 1인 가구가 자녀가 많은 저소득층 가구보다 전기를 덜 쓴다면, 더 낮은 전기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다.
산업부와 한전은 가구 소득과 구성원 수 등 가구별 특성과 전기 사용량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지난 10월부터 국내 1만 가구를 대상으로 주택용 전기사용 실태를 조사해왔다. 향후 TF는 실태조사 내용과 해외 누진제 사례연구 등을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선 향후 일정과 추진 방향 등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누진제에 대한 대안으로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차등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계시별 요금제는 산업용과 일반용 전력에는 이미 도입된 바 있다. 그러나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려면 가구당 전력 사용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계량기(AMI)가 필요한데, 이를 보급하려면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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