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전자법정을 구축하는 사업을 전직 법원행정처 직원의 가족이 운영하는 특정 업체에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11일 오전 서울 강동구 D사와 경기 성남시 I사 등 전산장비 납품·유지보수 업체 3곳, 전·현직 법원행정처 직원들의 주거지 등 총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또한 이날 검찰은 자신의 부인 명의로 돼있는 이들 업체를 통해 전자법정 관련 사업을 대거 수주한 것으로 알려진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공무원 출신 남모씨를 체포했다.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남씨는 2007년 부인 명의로 D사를 설립한 뒤 2009년부터 최근까지 실물화상기 도입 등 200억원대 전자법정 구축 및 유지·보수 사업을 따냈다. 남씨의 부인이 최근까지 대표로 있던 I사 역시 2014년부터 온라인 확정일자 구축사업 등 16건을 낙찰받아 40억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남씨는 이보다 앞서 2000년 다른 법원행정처 출신 전직 공무원들과 함께 L사를 설립해 대법원의 전산 관련 사업을 도맡았는데, 2008년 국회와 감사원에서 L사의 특혜성 사업 수주에 대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검찰은 남씨가 그 이후 부인을 내세운 사실상의 위장업체를 통해 대법원과 거래를 계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사업 수주 과정에서 남씨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최근 전·현직 법원행정처 직원들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국산 장비보다 10배 안팎 비싼 외국산 제품을 납품받거나 특정 장비 공급업체만 응찰할 수 있도록 조건을 내거는 등 법원행정처가 남씨 관련 업체에 사업을 몰아주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 입찰 관련 자료가 남씨 측으로 대거 유출된 점으로 미뤄 법원행정처 직원들이 공모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12일 입찰방해 혐의로 남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법원행정처는 전자법정 사업에 입찰 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자체 감사를 벌여 지난달 초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전산정보관리국 소속 과장 1명과 행정관 2명 등 일부 현직 직원들을 직위 해제하고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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