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를 구매하려고 계약금을 걸고 1년을 기다렸는데 갑자기 딜러와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A씨는 지난해 11월 기존 리스 벤츠 차량을 신차로 교체하기 위해 계약금 1,000만원을 지불하고 부산 한 벤츠 공식 판매장에서 일하는 딜러 B(41)씨와 계약했다.
그는 기존 리스 차량도 B씨가 대신 처리해주겠다고 해 넘겼다. 3개월이 지나면 받기로 했던 신차가 나오지 않자 딜러에게 문의했지만, 인기 차종이라 옵션을 맞추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기다리다 지친 A씨는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B씨는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걸린다며 차량 출고를 미뤘다.
A씨는 올해 11월 B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그제야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리스 승계가 완료된 줄 알았던 기존 벤츠 차량도 B씨가 리스 계약서를 위조해 중고로 이미 팔아 버렸다.
A씨는 지금까지 매달 리스 금액을 내고 있다. A씨는 피해 사실을 경찰에 알렸고 B씨에게 당한 피해자가 자신뿐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사기, 횡령 혐의로 B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B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현재까지 모두 12명이었다. 피해 금액만 5억원에 달했다.
사기 수법은 다양했다. 신차 계약금 명목으로 총 3명으로부터 1억 2,000여만원을 받은 뒤 차량을 출고하지 않거나 명의 변경을 해주지 않았다.
1명에게는 5,000여만원에 출고한 신차를 점검 명목으로 돌려받아 중고매물로 팔아넘기기도 했다. 남은 리스료를 일괄 정리해주겠다고 속여 4명에게 7,600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중고차를 팔거나 매입해주겠다고 속여 4명에게 1억8,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는다. B씨는 주로 회사 금융계좌가 아닌 자신 개인 계좌로 입금하면 10% 할인 혜택을 준다고 속여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부터 돈을 빼돌릴 생각은 없었는데 갚을 능력이 없어 피해자들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많고 금액이 커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벤츠 판매장에도 분통을 터트렸다. B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 9명이 벤츠 판매장에도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직원 개인의 일탈 행위라 회사에서 도와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해당 판매장 관계자는 “B씨는 위탁 계약직 형태 딜러다”며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법적 판단을 지켜본 뒤 고객 보상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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