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동 10명 중 1명은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주거 빈곤’에 시달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가운데 약 9만 명은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같은 주택이 아닌 곳에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13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세미나를 열어 ‘아동 주거 빈곤의 실태와 주거 빈곤이 아동권리에 미치는 영향’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재단의 경기아동옹호센터와 경기북부아동옹호센터는 올해 2∼8월 한국도시연구소, 서울사이버대학교, 협성대학교와 함께 주거빈곤아동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심층 면접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주거 빈곤 아동은 총 94만여 명으로, 전체 아동 중 9.7%에 달했다. 이들 중 86,000여 명은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고시텔 등의 비주택에 살고 있었다. 주거 빈곤이 가장 극심한 곳은 경기도 시흥시 정왕지구로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아동·청소년 10명 중 7명(69.4%)이 빈곤한 거주 환경에서 살았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시흥시 정왕지구는 법적으로 3∼6가구로 허가를 받은 건물도 실제로는 15∼20가구가 살도록 불법 개조돼 있었고, 이 때문에 작은 공간에 거주하는 아동이 다수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주거 빈곤이 아동의 보호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필수 설비가 부족한 비주택에서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동의 성추행 피해 경험이 증가했다. 이런 곳에서는 아동이 있는 가구만 따로 사용하는 화장실이나 목욕실이 없기 때문에 성추행 피해 확률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재단의 설명이다. 또 쪽방촌 같은 과밀 주거환경에서 지내는 기간이 길수록 가구원수당 식료품비는 줄어드는데도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해 아동의 비만 지수는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전문가들은 저소득층 아이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거기본법에 아동에 대한 지원을 명시하고, 최저주거 기준 집행력 강화 같은 정부의 지원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임세희 서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는 집행력과 강제성이 부족한 현 정책을 재검토 하고, 최저 주거기준의 적극적인 적용을 통해 실효성 있는 강행규정이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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