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화웨이와 ZTE의 장비 구매를 제한하는 정보통신 등 14개 분야와 서버 등 9개 대상 품목을 정한 지침을 마련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3일 전했다.
중앙 성청(省廳·부처)을 대상으로는 내년 4월부터 이들 회사의 정보통신기기를 사지 말도록 한 데 이어 민간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정보 누설 및 기능 장애 등의 우려가 있는 정보통신기기는 구매하지 않도록 중요 인프라를 담당하는 민간 기업과 단체에도 요청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의 이런 방침은 미국이 거래 금지 방침을 정한 중국의 화웨이와 ZTE를 겨냥한 것이다. 공고한 미·일 동맹을 안보의 기조로 내세우는 일본이 ‘사이버 및 ICT 안보’ 분야에서도 미국에 발맞추는 것이다. 이에 영향을 받는 분야는 정보통신, 금융, 항공, 공항, 철도, 전력, 가스, 행정, 의료, 수도, 물류, 화학, 신용카드, 석유 등이다. 대상 기기는 통신회선 장치나 서버, 단말 등 9개 품목이다.
정부 기관은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내년 4월 이후, 해당 분야 민간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내년 1월부터 이런 지침을 따르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이는 정부 기관이나 민간 사업자가 ICT 기기를 구매할 때 가격을 중심으로 선택해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중국산 기기 사용 중단을 요청한 미국 측도 고려한 것이다.
다만 정부가 민간 기업의 부품 조달 분야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민간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중요 인프라에 대한 협조 요청 및 주의 환기 수준이며, 화웨이 등과의 거래 중단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인허가권이 있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4G 기지국에 화웨이와 ZTE 장비를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설치하는 5G 기지국에는 중국산을 아예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NTT도코모도 화웨이와 함께 5세대(5G) 이동통신 실험 운용 중이지만, 실용화 단계에서는 화웨이 제품을 쓰지 않을 계획이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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