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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명작열전③] '나의 아저씨' 당신 곁에도 후계동 패밀리가 있나요?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네”

여섯 살에 병든 할머니와 단 둘만 남겨진 이지안(이지은). 희망없이 버는 돈은 모두 사채 빚을 갚아야 하는 처지. 닥치는 대로 일하고 먹고 살아가는 그녀에게 삶은 그저 살아지니까 살아가는 것이다. 불행을 이용하는 인간들로 인해 세상에 담을 쌓아버린 그녀의 짧은 인생은 냉소와 불신만으로 가득하다.

박동훈에게도 살기 위해 접근했다. 그가 무너지면 돈을 번다. 그런데 이 아저씨, 알면 알수록 궁금해진다. 망가뜨려도, 살려도 내가 살린다는 이지안의 마음 속 외침은 그가 모르게 그를 지켜낸다. 그리고 그를 알아가며, 그의 사람들을 받아들이며 이지안은 고통에서 조금씩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기 시작한다.

박동훈(이선균)은 순리대로 살아왔다. 한직으로 밀려나도, 후배가 대표이사가 되어도 그의 삶엔 미동도 없다. “이만하면 됐다”는 그와 달리 아내는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변호사가 됐고, 아이를 유학보냈고, 외도를 저지른다. 조금만 밀어도 무너지기 직전의 삶. 먼저 무너진 형과 동생이 낄낄대는 모습을 보며 그는 말한다. “이만하면 됐다”고.

잔잔한 일상에 21살 어린 아이가 불쑥 들어왔다. 속은 여리지만 입에는 칼을 문 이지안. 거침없는 그의 말에 박동훈은 조금씩 마음을 내어주기 시작한다. 마치 자신을 관찰하듯 어디서 아프고, 어떻게 해야 가라앉는지를 알고 있는 지안을 보며 그는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 마흔 다섯에, 이건 사랑일까.



스물 한 살 여자와 마흔 한 살 남자의 사랑. ‘나의 아저씨’는 첫 방송 직후 여초 사이트로부터 강한 비난에 직면했다. 제작진은 “로맨스는 없다”고 말했으나 언론을 등에 업은 여론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몰랐다. 그 사랑이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주변의 위로와 믿음이 무너져가는 개인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는지, 작품은 이를 완벽하게 보여줬다.

동네 술집 정희네에서 모이는 박동훈과 형제, 동창, 그리고 조기축구회와 회사 직원들은 모두 가족이다. 매일 싸우고 주정부리고, 때로는 삐지기도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듯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박동훈은 외로움에 취한 이지안을 이들에게 소개하고 다 같이 집에 데려다주며 처음으로 그에게 사람의 온기를 전한다.



박동훈을 포함한 후계동 패밀리와 이지안의 사랑은 달지 않다. 달달하다 싶다가도 끝맛은 쓴 소주처럼 한숨이 하나씩 더해진다. 그리고 한명, 또 한명씩 친해질수록 지안은 자신만큼 힘든 사람들의 인생과 직면하게 된다. 다들 그렇게 참고 살아가는거라고. 오늘 하루를 버티면 또 내일이 오고, 오늘 너무 힘들면 정희네에 먼저 가 있는 사람들이랑 소주 한 잔 하고 털어버리면 된다고.

할머니의 장례식장이 텅 빈 것을 보고 박상훈(박호산)은 꼬불쳐둔 전재산을 털어 화환을 사고 조기축구회 회원들을 소집한다. 모두가 모여 공을 차는 것을 보며 정정희(오나라)는 말한다. “설에는 어디가? 나도 갈 데 없는데 우리 일년에 두번만 만날래? 설하고 추석에” 지안의 대답을 들은 정희는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내뱉는다 “인생숙제 끝.”



후계동 패밀리의 따스한 일상은 한명 한명에게도 천천히 아주 느리게 영향을 미친다. 망한 영화감독 박기훈(송새벽)과 최유라(나라)의 얽히고 설킨 사랑, 그리고 다시 펜을 쥐게 만드는 힘. 승려가 된 겸덕(박해준)을 잊지 못하는 정정희와 “행복하게, 편하게”라는 말로 전하는 그 질긴 인연의 끝까지.

이들의 사랑이야기는 성공만을 위해 달려온 사람들에게 그 끝은 허망할 뿐이라고도 말했다. “불륜을 저지른 이유를 천가지도 댈 수 있다. 그중에 진짜는 없겠지만”이라는 강윤희(이지아)에게 이지안이 건넨 “아저씨가 자주 했던 말 중에 그 말이 가장 따뜻했던 것 같아요. 집으로 가기 전에 하던 말 ‘뭐 사가?’”라는 말은 성공과 욕망 이상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역설적으로 설명했다.

‘나의 아저씨’는 판타지다. 일상에서 박동훈을, 후계동 패밀리 같은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다는건 누구나 안다. 그러나 그들이 꼭 내 주변에 있는 것 같아서, 정희네 술집에서 나도 어울려 소주한잔 걸치고 싶어서 시청자들은 종영 후에도 한동안 ‘나의 아저씨’ 앓이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앓이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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