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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보단체까지 우려하는 카이스트 사태

KAIST가 14일 이사회를 열고 신성철 총장의 직무정지 안건을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과학계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AIST 동문회는 12일 신 총장이 직무 정지되면 학교 경쟁력이 추락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고 KAIST 교수를 비롯해 대학·연구소·기업 관계자 등 700여명도 총장 직무정지 요청 거부 성명서에 서명했다. 앞서 11일에는 물리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한 KAIST 교수단이 직무정지 요청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진보 성향의 과학시민단체인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국민연합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이 단체는 성명서에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연구풍토를 저해하는 정치권력의 개입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총장의 직무정지 사태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정당한 감사를 거친 적법한 절차에 따른 진행이라고 하지만 진보단체까지 우려를 표시할 정도로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세운 직무정지 사유는 신 총장이 과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으로 재임하던 당시 벌어진 일이다. 당시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공동연구를 하며 주지 않아도 될 연구장비 사용료를 지급해 국가 연구비를 횡령했다는 것이다. 이는 수년 전 사안인데 정부는 지난달에야 감사를 진행했다. 특히 감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검찰에 고발하고 본인의 소명 절차 없이 급하게 직무정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신 총장을 찍어내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얼마 전에도 손상혁 DGIST 총장이 비슷한 과정을 거쳐 물러났다. 정부가 2년 전에 있었던 연구비 부당집행 등을 감사를 통해 트집 잡자 사퇴했다. 현 정부 들어 이런 방식으로 물러난 과학기술계 기관장만도 벌써 10명이 넘는다. 이런 상태인데 정부가 과학기술의 미래를 말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KAIST 사태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거센 반발을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반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무리한 측면은 없었는지 다시 들여다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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