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위험이 드러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의 응급보강공사가 비용 분담 문제로 인해 늦어지고 있다.
14일 강남구에 따르면 애초 강남구는 출입제한 조치 이틀째인 이날부터 본격적인 보강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건물주와 비용 분담을 두고 의견이 엇갈려 공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강남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건물주 대표단, 응급진단을 한 센구조연구소와 응급보강공사 및 정밀안전진단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박중섭 강남구 건축과장은 오전 브리핑에서 “건물주 대표단이 전날 응급보강공사와 정밀안전진단에 동의했지만, 비용 분담과 관련해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남구는 민간건물인 만큼 보강공사와 진단비는 원칙적으로 건물주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물주가 응하지 않을 경우 구가 확보한 안전기금으로 행정대집행을 한 뒤 건물주에게 비용을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종빌딩 건물주는 무려 113명에 달한다.
대종빌딩 입주업체는 최종 76개로 확인됐다. 이 중 27곳(35.5%)이 전날까지 이사를 마쳤다. 이사를 마치지 못한 업체들은 현재 강남구의 허가를 받아 건물 출입을 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전날 일일이 건물 내부를 확인한 결과 입주업체 수가 기존 79개에서 다소 줄었다”며 “이사를 마치지 못한 업체에는 짐 반출 기한을 통지할 예정이며, 이후에는 출입을 완전히 통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차인들은 공동 대응을 위해 임시대표를 선임했다. 이어 오는 17일 오후 2시 대치4동주민센터에서 대책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형복 임시대표는 “갑자기 퇴거 조치가 내려지다 보니 임대료뿐 아니라 그동안 들어간 인테리어 비용을 고스란히 날리게 생겼고, 영업 피해도 크다”며 “다른 임차인들과 함께 법률적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구는 우선 임차인에게 저렴한 가격에 임대할 수 있는 사무실이나 공유공간을 안내할 예정이다.
대종빌딩은 지하 7층 지상 15층에 연면적 1만4,799㎡ 규모로 지난 1991년 준공됐다. 작년 상·하반기와 지난 3월 강남구가 실시한 육안 검사에서는 각각 B등급과 A등급이 나왔지만, 지난 11월 말 2층 인테리어 공사 중 기둥에서 균열이 발견됐고, 지난 11일 실시된 긴급안전진단 결과 최하 등급인 E등급으로 추정됐다. 이에 강남구는 12일 구가 직접 관리하는 3종시설물로 지정하고 13일 0시부터 출입제한 조치를 취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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