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현 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로 차관급 인사를 하고 집권 중반기를 앞두고 가시적 정책성과를 내기 위한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획재정부 1·2차관을 비롯해 차관급 인사 16명을 새로 임명했다. 한 번에 두 자릿수 차관급 인선을 한 것은 정부 출범 뒤 이번이 처음으로, 장관급 인선에 따른 인사 공백 및 정기인사 요인이 겹쳤다고는 해도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그만큼 지금은 공직사회의 분위기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났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민생·경제 분야 지표가 부진하고 국민이 체감할 구체적인 정책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 동력을 살려가는 데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최근 각종 회의에서 ‘이제는 국민들에게 구체적 결과를 보여야 할 때’라며 정책성과에 속도를 낼 것을 거듭 주문했으며, 결국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KTX 탈선 사고를 비롯한 각종 안전사고가 이어지고 청와대 직원들의 비위 사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느슨해진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필요성을 느꼈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번 인선에선 청와대 참모진 3명이 부처 일선으로 이동한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호승 청와대 일자리 비서관은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차영환 경제정책비서관은 국무조정실 2차장으로 임명됐다.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을 맡게 됐다. 여기에는 2기 경제라인이 ‘원 팀’으로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일선 부처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중심으로 경제현안을 보고받고 “현 경제 상황이 엄중한 만큼 경제팀은 신임 부총리 중심의 원팀으로 운영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외에도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청와대 참모진이 부처에 배치되면, 정책 집행의 일관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인사발표 브리핑에서 “1년 7개월간 청와대에서 일을 하며 대통령의 뜻을 직접 받들어 정책을 만들고 구현한 분들”이라며 “이 분들이 직접 현장에 들어가셔서 대통령의 뜻을 잘 구현해 나가달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청와대의 부처에 대한 ‘장악력’이 더 커지며 부처의 자율성은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 밖에도 이번 인선에서 주목되는 점은 각 부처 1급 공무원을 비롯해 전문성 갖춘 공무원들이 내부승진을 통해 대거 약진한 부분이다.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은 인사혁신처와 안전행정부에서 오랜 기간 공직 생활을 거쳤고, 구윤철 기재부 2차관 역시 기재부에서 정책조정국장과 예산실장 등 요직을 맡았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 등도 해당 부처에서 잔뼈 굵은 인사를 내부 승진시킨 케이스로 꼽힌다. 이는 조직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인사를 차관으로 등용해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것은 물론, 풍부한 현장 지식을 바탕으로 정책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변인은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역동적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미가 답긴 인사다. 그런 역동적 정부를 통해 국민이 성과를 체감하도록 하겠다는 인사권자의 의지가 담겼다”고 자평했다. 그는 “추진력·실무경험·혁신성을 중심으로 정책현장 전문가를 중용했다”며 “국민이 체감할 정책성과를 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차관 인사가 거의 마무리 된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 비서관들의 빈자리는 준비가 되는대로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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