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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24/7] 3년간 검거한 인터넷 도박단, 판돈만 7조...막강 수사력 뽐내죠

■금천경찰서 사이버수사팀 동행취재

1년 가까운 끈질긴 추적으로

인터넷 불법도박 운영자 검거

2년간 오간 판돈만 1조원 달해

파워볼 도박 검거 등 발군 실적

사기·피싱 등 갈수록 지능화

자비 들여 첨단 기법 스터디도

금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인터넷 불법도박 업체 운영자 황모(36)씨를 검거해 압송하고 있다./권욱기자






“나왔네. 벤츠 S63 AMG 뒤편, 저기.”

지난 12일 오후2시 무렵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 잠복 중인 경찰들 사이에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박용덕 금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의 “잡자”라는 말과 함께 사이버수사팀원들이 황급히 승합차 밖으로 뛰쳐나갔다. 1조원대 인터넷 불법도박 업체 운영자 황모(36)씨는 경찰이 영장을 보여주자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 금천서 사이버수사팀이 1년여간 뒤쫓았던 황씨가 붙잡히는 순간이었다.

수사팀은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이날 오전10시부터 4시간 동안 승합차 안과 아파트 폐쇄회로TV(CCTV) 관제실에서 잠복했다. 경찰은 황씨를 검거한 후 곧장 벤츠 차량 두 대와 자택 압수수색에 나서 인터넷 도박에 사용된 휴대폰와 컴퓨터 본체, 태블릿PC 등을 확보했다. 이들 압수품은 황씨의 불법도박 혐의를 밝힐 증거가 된다.

올해 10월 2조7,000억원대의 파워볼 도박단을 잡아들이는 등 금천서 사이버수사팀이 최근 3년간 검거한 인터넷 도박단의 판돈 규모만도 7조원에 달한다. ‘인터넷 불법도박 수사는 금천서가 전국 최고’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년 가까운 추적 끝에 1조원대 불법도박 사건 피의자 검거=도박장 개설 등의 혐의로 덜미가 잡힌 피의자 황씨는 ‘김제 마늘밭’ 돈다발 사건 주범인 이모(55)씨와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이씨는 2011년 전북 김제의 한 마늘밭에서 발견된 110억원의 실소유주로, 해당 자금은 인터넷 불법도박으로 벌어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2008년 한국 최초로 불법도박 사이트를 개설, 운영한 인물로 알려진 그는 지금도 우리나라 온라인 불법도박의 ‘거물’로 통한다. 현재 중국으로 도주해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박 팀장은 “이씨 소유의 도박 사이트 중 일부를 황씨가 관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황씨가 관리를 맡은 도박 사이트에서는 고스톱과 맞고·포커 등 도박판이 벌어졌다. 고스톱의 경우 이용자가 점당 1,000~2,000원씩을 걸어 돈을 따면 황씨 측에서 무조건 10~20%씩 수수료를 떼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수사를 받기까지 2년가량 이 도박 사이트에서 오간 판돈은 1조원에 이르고 황씨가 챙긴 금액은 500억원으로 추정된다.

금천서 사이버수사팀이 인터넷 불법도박 단속에 남다른 성과를 내는 데는 인지수사팀의 노고가 숨어 있다. 금천서는 대규모 불법도박 사이트 등 주요 사건 처리를 위해 7명의 수사관 중 한 명 정도를 인지수사팀에 배정한다. 해당 인원은 전국을 돌며 제보와 증거를 모아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게 된다. 황씨와 올 10월 붙잡힌 파워볼 불법도박단 역시 인지수사팀의 1년 가까운 추적 끝에 꼬리를 밟혔다.

◇사이버 범죄는 느는데 수사인력은 제자리…자비 들여 첨단 수사기법 ‘스터디’=물론 금천서 사이버수사팀이 매번 대형 불법도박단만 잡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여느 사이버수사팀과 마찬가지로 매일같이 쏟아지는 인터넷 사기·명예훼손, 메신저 피싱 사기 사건을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특히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사기가 횡행하고 있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사이버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하루평균 사이버 범죄 8건이 접수되면 이 중 6건은 중고물품 거래 사기”라며 “규모가 크지 않아도 피해자 구제를 위해 노력하지만 아무래도 불법도박과 같은 대형 범죄 사건을 처리하는 데 손발이 모자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한해 발생한 사이버 범죄 10만8,825건 중 인터넷 사기는 8만2,716건으로 76%나 차지한다. 금천서 사이버수사팀 역시 전체 사건 중 70% 정도는 인터넷 사기다. 수사관 7명이 업무일 기준으로 하루에 최소 2건 이상씩 물품 사기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피해내용에 비해 영장작성 등 투입시간이 과도하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올해 3·4분기까지 사이버 범죄는 10만8,825건이 발생해 전년 동기 10만1,653건 대비 7% 이상 늘어나 일선서 수사관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반면 사이버 담당 수사관 정원은 3년째 제자리다.

사기·피싱·모욕·성범죄 등 기존 오프라인 범죄가 온라인으로 넘어오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날로 첨단화하는 사이버 범죄 기술에 대응해 수사기법을 한층 발전시키기 위해 금천서 사이버수사팀은 자비를 들여 매달 한두 차례 관련 전문가와 함께 ‘스터디’를 진행한다. 박 팀장은 “옛말에 ‘지키는 사람 열 명이 훔치는 사람 한 명을 당해내기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예방하려고 해도 범죄는 발생하고 수법은 날로 발전한다”면서 “스스로 수사기법을 발전시키는 게 경찰의 본분”이라고 웃어 보였다. 팀원들도 한목소리로 “사이버 범죄자보다 앞선 기술로 한 경찰이 열 도둑 잡는 날이 오게 하겠다”고 의지를 비쳤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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