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50대·중도층에서의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데는 경제실정에 대한 주부들의 실망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 올해 말이면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가정경제는 신통치 않았다.
한국갤럽이 1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45%, 부정평가는 44%, 의견유보는 11%로 조사됐다. 그 중에서도 여성 지지율은 53%에서 47%로, 50대 지지율은 50%에서 35%로, 중도층은 53%에서 46%로 하락했다. ‘여오중’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 문제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두고 20대·영남·자영업자의 이탈을 지적하며 ‘이영자 현상’이라고 한 데 이어 ‘여오중의 반란’이라는 말로 다시 표현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여성·50대·중도층의 지지율 하락을 지적하며 “여오중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 1위로는 ‘경제, 민생 문제 해결 부족(43%)’이 꼽혔다. 그 뒤는 ‘대북관계, 친북성향(20%)’ ‘일자리 문제, 고용부족(4%)’ ‘최저임금 인상(3%)’ ‘서민 어려움, 복지부족(2%)’ 등이었다.
우선 여성 지지율 하락에서는 체감 경기에 민감한 50대 이상 중장년층 주부들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50대(30%)와 60대(39%) 지지율은 전체 여성 평균(47%)을 크게 밑돌고 있다. 가계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은 경기 변동과 장바구니 물가에 민감한 동시에 자녀들의 취업문제에 가장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계층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문제 해결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워왔지만 정작 역대 최악의 고용쇼크를 기록하자 주부들이 먼저 등을 돌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주부의 실망감이 자영업자보다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직업별 지지도에서 주부(38%)는 자영업자(41%)보다도 더 낮게 조사됐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현 정권이 주된 지지층인 진보세력을 의식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행보를 보이는 점도 중도층 이탈을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전반적으로 국정이 난제에 빠진 느낌이 강하게 든다”며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경제 문제 해결, 그리고 촛불 민심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지하고 지지하지 않고를 떠나 정치적 쟁점에다 청와대 공직기강 해이, 안전사고 등 비정치적 쟁점까지 얽히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난 것으로 본다”며 “지금 정부는 가닥을 잡지 못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무 것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판단 유보층이 11%에 불과하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그동안 지지 여부를 밝히는 데 소극적이었던 사람들이 이제 공개적으로 의사표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40%대 중반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종전선언, 평화협정 전환 등 남북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앞으로 잘 지킬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서도 전체 응답자의 45%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4월27일 판문점에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와 비교하면 북한의 합의 이행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20%포인트 줄었고 부정적 전망은 25%포인트 늘었다. 북한의 합의 이행을 낙관하는 전망치는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58%였으나 5월 2차 남북정상회담과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각각 49%로 떨어졌고 이번에는 30%대로 하락했다. 지난 11~13일 전국 성인 1003명을 상대로 실시한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5%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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