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연예인이 주를 이뤘던 방송계에 언젠가부터 유튜브, 아프리카 TV 등 오픈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높은 인지도를 등에 업고 공중파 TV 프로그램까지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콘서트나 음악방송이 주 무대였던 걸 그룹들이 평소 관심 있는 분야와 취미를 팬들과 공유, 소통하며 유대관계를 높이기 위해 1인 방송이나 콘텐츠 제작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1인 미디어 전성시대에 맞춰 유튜브, 아프리카 TV 등에서 활약하는 걸 그룹 멤버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본다.
◇ 에이핑크 보미의 ‘뽐뽐뽐’
에이핑크의 윤보미는 최근 가장 핫한 유튜버 중 한 명이다. 보미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뽐뽐뽐’은 20대 여성들이 궁금해하는 다이어트, 뷰티 노하우 등을 주로 다룬다. 여기에 먹방, 복권 긁기, 음료수 끓이기, 태양열 모자로 스마트폰 충전하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평소 예능에서 남다른 끼를 보였던 보미는 자신의 캐릭터를 잘살려 에너지 넘치는 방송으로 채널 개설 8개월 만에 벌써 구독자 50만 명을 돌파했다. 그녀의 콘텐츠 중 가장 돋보이는 분야는 다이어트로 몸무게는 물론 자신의 식단을 구독자가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요리방법까지 모두 공개한다. 또한, 뷰티 콘텐츠도 전문가 못지않게 메이크업 팁이나 제품을 알려줘 관심을 받고 있다.
◇ 에프엑스 루나의 ‘룬파벳’
루나는 2016년부터 개인 유튜브 채널 ‘루나의 알파벳’(룬파벳)을 운영 중이다. 구독자 수만 20만 명을 돌파하고 벌써 시즌4를 맞았을 만큼 팬들의 호응이 뜨겁다. 걸 그룹 출신답게 다이어트, 패션, 뷰티는 물론 소소한 일상과 음악, 여행 등 폭넓은 콘텐츠와 꿀 정보를 시청자와 함께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다. 또한, 털털하고 꾸밈없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담긴 영상을 편집해 올려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평소 유튜브에 지속해서 다이어트 운동법을 소개하며 팬들과 소통하던 루나는 최근 다이어트에 성공, 물오른 미모를 공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 애프터스쿨·오렌지 캬라멜 레이나의 ‘I’m Raina’
지난 8월 레이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랜 고민 끝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제 자주 보아요.”라는 글과 함께 영상을 게재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유튜브 채널 ‘I’m Raina’의 첫 영상을 공개하며 유튜버로 첫발을 내디뎠다. 레이나는 ‘I’m Raina’를 통해 대중들에게 일상, 패션, 뷰티 등 그녀의 라이프스타일과 뮤지션으로 모습까지 담아내 인기를 얻고 있으며 구독자 수도 4만 명을 넘었다. 지난달부터는 ‘트위치TV’로까지 활동반경을 넓혀 팬들과 만나고 있다.
◇ 아프리카TV BJ로 변신한 크레용팝의 엘린
지난 4월부터 아프리카TV BJ로 활동하고 있는 크레용팝 출신의 엘린은 활동 당시보다 한층 성숙한 매력을 뽐내며 매일 라이브방송으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아프리카TV의 전통적 방식인 토크를 중심으로 먹방, 댄스, 시청자와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방송을 진행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영상은 하이라이트로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새내기 BJ이지만 시원시원한 말투와 넘치는 끼로 능숙하게 방송을 진행, 아프리카TV BJ 수입 순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며 12월 현재 애청자만 5만 명을 훌쩍 넘는 등 아프리카TV 대세 BJ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 무리수 공약 AOA 찬미의 ‘찬미찬미해’
AOA의 찬미는 지난 9월 21일 ‘찬미찬미해’ 유튜브 채널 오픈하며, 크리에이터로 데뷔했다. 하지만 오픈 첫날부터 “구독자 1만 명을 달성하면 첫 번째 콘텐츠를 공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논란이 됐다. 실제로 ‘찬미찬미해’는 구독자 1만 명이 될 때까지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아 눈총을 받았고 사흘이 지나 구독자 1만 명을 넘긴 후 첫 번째 콘텐츠 ‘프로필 사진... 이렇게 찍는 거 맞겠죠...? 찬미의 유튜브 신고식!!’을 게재했지만, 아이돌이라는 인지도를 이용해 구독자 수만 늘린다는 대중들의 지적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찬미는 이후 그녀만의 소소한 일상과 걸 그룹 뷰티 노하우 등을 선보이며 무리수 공약 논란을 잠재우고 어느덧 구독자 수 3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 약일까 독일까
이밖에 홍진영, 악동뮤지션의 이수현, 에프엑스의 엠버 등도 유튜브에서 ‘스타 크리에이터’로 통한다.
10대를 중심으로 전 세대에서 온라인 동영상 소비가 늘면서 크리에이터는 최근 10~20대들 사이에선 장래희망 직업 1순위로 꼽힐 만큼 영향력이 커지고 관련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걸 그룹 멤버들에게 유행처럼 번진 1인 방송 도전은 어쩌면 당연한 흐름이고 거리감 없이 팬들과 소통하는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뿐 아니라 팀 활동으로 평소에는 보여주기 힘들었던 자기만의 ‘끼’를 공간이나 시간에 제약 없이 마음껏 펼칠 또 하나의 무대가 된다는 점 또한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온다.
하지만 콘텐츠 개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크리에이터들과 달리 아이돌 또는 연예인이라는 인지도를 앞세워 구독자 수만을 늘리려 한다면 오히려 개인뿐 아니라 팀에도 마이너스가 될 게 뻔하다. 그만큼 모든 행동과 활동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이야기다.
스타들의 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에 ‘걸 그룹 신비주의’를 벗어 던지고 대중들 곁으로 한발 더 다가선 그녀들이 앞으로 어떤 신박한 콘텐츠와 기발한 기획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보여줄지 더욱 궁금해진다. /최덕현기자 duhy7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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