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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MGA(MBC플러스 X 지니뮤직 어워드)에서 5관왕, 2018 AAA(Asia Artist Awards)에서 5관왕, 2018 MMA(Melon Music Awards)에서 7관왕을 달성한 방탄소년단의 2018 MAMA(Mnet Asian Music Awards) 대상 수상은 일찌감치 예견돼 있었다. ‘어차피 대상은 방탄소년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들이 2018년 보여준 활약은 독보적이였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방탄소년단은 올해의 가수, 올해의 앨범, 월드와이드 아이콘 오브 더 이어(Worldwide Icon of the Year)까지 3개의 대상을 포함해 총 9개의 상을 손에 쥐었다.
두 달여 사이에 거머쥔 상만 서른여 개에 가까운 방탄소년단. 이제는 대상도 덤덤해질 법한데, 이들은 올해의 가수상 수상 직후 오열에 가까운 울음을 터트렸다. 이윽고 내뱉은 묵직한 한마디는 바로 “해체까지 생각했다”였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아미(방탄소년단 팬덤)들은 일순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날 진은 눈물을 흘리며 “올해 초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우리끼리 얘기를 하면서 해체를 할까 말까 고민도 했다”라며 “다시 마음을 다잡아준 멤버들에게 고맙고, 아미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남겼다.
올해 방탄소년단은 단일 앨범 200만장 돌파, 2년 연속 빌보드 뮤직 어워드 수상, ‘빌보드 200 1위’ 및 ‘핫100’ 동시 진입, K팝 가수 최초 미국 스타디움 투어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최고, 최초의 기록을 쏟아냈다. 이들을 향한 수식어 역시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보이밴드’로 바뀌었다.
행복한 비명을 지르기도 모자란 시간, 아이러니하게도 방탄소년단의 신기록과 성과들은 때때로 이들을 압박하는 요인이 됐다. 방탄소년단의 경쟁상대가 과거의 방탄소년단이 된 시점부터, 이들은 늘 더 나은 음악과 무대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부담과 책임감을 떠안았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는 시선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방탄소년단을 언급하며 이들을 흔들기도 했다. 음원 및 음악 방송 1위가 당연시되면서 성과 기준치가 높아진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어쩌면 이들 고민의 가장 큰 중심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지민 역시 지난 8월 기자회견에서 “사람들한테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라고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정작 그렇게 못하고 있더라”며 “지나오면서 방황도 하고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건지 생각하면서 스스로 욕을 많이 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그간의 심적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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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에 비춰볼 때 올해 발표한 ‘페이크 러브(FAKE LOVE)’부터 ‘아이돌(IDOL)’로 이어지는 ‘러브 마이셀프’ 시리즈는 어쩌면 현시점 방탄소년단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고민과 치유의 과정을 솔직하게 꺼내 놓으며 자신들 역시 흔들리는 청춘이었음을 상기시켰다.
‘페이크 러브’ 가사는 얼핏 연인의 사랑으로만 국한된 것처럼 보이나, 이는 여러 자아 중에 고민하는 나의 모습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 곡을 통해 방탄소년단은 자신을 향한 수많은 기대 속에 스스로 만들어 놓은 가면을 쓰고 산 것은 아닌지를 되묻는다.
이는 ‘솔직하게 무서워 넘어지는게/ 너희들을 실망시키는게’라고 말하는 ‘앙팡맨’ 가사나, ‘오늘은 뭐로 살지 김남준 아님 RM/ 스물다섯 잘사는 법은 아직도 모르겠어’라는 ‘에어플레인 파트.2(Airplane pt.2)’ 가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수 없이 되물은 질문 끝에 방탄소년단이 일단 내린 결론은 노래 제목처럼 ‘고민보다 GO’였다. ‘앤서 : 러브 마이셀프(Answer :Love Myself)’라는 곡에서 ‘왜 자꾸만 감추려고만 해/ 니 가면 속으로/ 내 실수로 생긴 흉터까지 다 내 별자린데’라는 다그침도 어쩌면 이 과정을 지독히 겪은 경험자들의 조언이었을 터.
결국 2년여 동안 이어진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의 완결편인 ‘러브 유어셀프 결-앤서(LOVE YOURSELF 結-Answer)’ 앨범에서 방탄소년단은 ‘내 속 안엔 몇십 몇 백명의 내가 있고, 어차피 전부 다 나이기에 고민보다는 오늘 또 다른 날 맞이하겠다’며 지금의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다행인 것은 이들의 방황이 현재진행형보다는 과거형에 가깝다는 것이다. 올해 초에 겪었던 방황을 지금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고민은 어느 정도는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탄소년단은 팬덤 아미를 자신들의 원동력으로 언급하며, 이들의 영향력을 역설했다. 지난 3월 ‘우리가 서로의 의지이길’이라고 공식 트위터를 통해 글을 남겼던 리더 RM은 2018 MAMA 수상 직후 ‘걱정 마 우린 이미 서로의 의지야’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아미 역시 채 헤아리지 못한 방탄소년단의 고민을 접한 직후 ‘방탄보라해’를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1위에 올리며 응원을 보냈다.
큰 풍랑을 만났던 방탄소년단은 지난 10월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7년 재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또 한 번의 용기를 냈다. 이들의 2019년 그리고 더 먼 미래까지, 멤버들 모두 매 순간을 즐길 수 있기를 빌어본다.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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