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경희궁 정문인 흥화문(興化門)은 기구한 팔자다. 인조반정으로 폐위된 광해군이 세웠다는 점에서 불운이 시작됐고 원래의 위치를 잃고 떠도는 신세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사진은 당초 흥화문이 서 있던 터에 있는 표지석이다. 왼쪽 멀리 보이는 서울역사박물관을 포함해 이 일대가 모두 경희궁 궐내였다. 일제는 일본인들을 위한 학교인 경성중학교를 건립하면서 경희궁을 훼손했고 흥화문은 지난 1932년 장충동의 박문사로 옮겨져 정문으로 사용됐다. 박문사는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사찰로 지금의 신라호텔 자리에 있었다. 해방 후에도 이 호텔 정문으로 계속 있다가 1988년에야 경희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원래 위치에는 다른 빌딩이 이미 있는 상황이어서 200m가량 떨어진 지금의 경찰박물관 옆(원안)으로 이동했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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