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당이 내년 1월 선거제 개혁 법안 처리에 전격 합의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문희상(사진) 국회의장의 숨은 공로가 적지 않았다. 문 의장은 선거제 개편을 둘러싼 거대 양당과 소수 야 3당의 대치국면이 계속되자 직접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재를 요청하면서 갈등 해결의 물꼬를 텄다.
문 의장은 여야의 선거제 개혁안 합의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4일 청와대에 문 대통령과의 면담 가능 여부를 급하게 타진했다. 선거제 개편을 촉구해온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농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여야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입법부 수장으로서 직접 갈등 해결에 나선 것이다. 때마침 공식일정이 없던 문 대통령은 문 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오후5시30분부터 청와대 집무실에서 약 30분간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의장은 “야당 대표들의 단식농성이 9일째로 접어드는데 메시지를 내달라”면서 문 대통령이 갈등 해결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여야 합의를 이뤄낸다면 대통령으로서 얼마든지 함께 의지를 실어 지지할 뜻이 있다”며 “단식 중인 야당 대표들이 큰 틀의 합의로 단식을 풀고 구체적 방안을 합의하는 데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선거제 개혁 의지를 확인한 문 의장은 14일 저녁 잇따라 야당 지도부를 만나 설득에 나섰다. 특히 야 3당이 요구한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부정적이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손학규·이정미 대표가 단식을 끝낼 수 있도록 전향적 결단을 해줄 것을 적극 요청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다음날 국회를 찾아 “국회가 비례성 강화를 위한 합의안을 도출하면 지지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며 지원사격했다. 결국 선거제 개편을 놓고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은 문 대통령과 문 의장의 물밑 공조로 풀리게 됐다. 문 의장은 평소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줄곧 문재인 정부에게 ‘야당과의 협치’를 주문해왔다.
/김현상·이태규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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