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보호법이 통과됐다지만 아직도 건강장해 예방조치나 심리상담 같은 적극적 지원이 미비합니다. 법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감시·감독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윤선 전국콜센터노동조합 위원장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감정노동자보호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지난 10월부터 시행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가이드라인을 비롯한 대책을 쏟아냈지만 현장의 변화는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콜센터 상담사 출신인 이 위원장은 “처벌이 더 강한 기존 노동법도 잘 지켜지지 않는데 감정노동자보호법이라고 잘 지켜질지 의문”이라면서 “실제로 소규모 콜센터는 폭언 등 상황에 대한 예방조치는커녕 아직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는 곳이 더 많다”고 전했다. 폭언에 노출된 감정노동자를 위한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현장 관리자들이 “빨리 받아라”거나 “짧게 짧게 받아라”라며 실적만을 강조하는 환경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 감정노동자보호법의 처벌조항이 약하고 강제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라는 게 이 위원장의 분석이다. 실제로 고객의 폭언 등으로 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해도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는 게 개정안의 거의 유일한 벌칙이다. 이외에는 정신적 피해로 업무 중단을 요청한 노동자를 해고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전부다.
이 위원장은 “프랑스에서는 상담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한 업체에 대한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벨기에는 사업주의 책임까지 명시하는 등 법률이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 있다”면서 “호주와 미국에도 사회복지사의 감정노동과 관련한 법이 있을 뿐 아니라 사업장에 적용해야 하는 실천규칙과 체크리스트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장 노동자들이 변화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보다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고용노동부의 현장 감독을 내실화하고 이행을 강제하며 과태료를 벌금형으로 상향하는 등 처벌조항에 대한 정비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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