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변화는 우리 경제가 그만큼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가 내세웠던 소득주도 성장은 경제를 ‘사람 중심’으로 이끌기는커녕 오히려 위기로 내몰았다. 지난해까지 30만명을 웃돌던 취업자 증가폭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10만명 밑으로 추락했고 소비위축과 투자부진으로 연초 3%로 잡았던 올 성장률도 2.6~2.7% 수준까지 뚝 떨어졌다. 한때 70%를 넘나들었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5%까지 급락하고 지지기반인 20대 청년과 블루칼라·취약계층이 등을 돌린 것은 피할 수 없는 결과다.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세계 경제를 홀로 견인하던 미국 경제가 내년 1%대 성장에 머물지 모른다는 전망이 등장하는가 하면 중국 성장률이 6%에 못 미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그나마 한국 경제를 버텨주던 수출에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40조원이나 늘리면서도 성장률 목표를 올해와 같은 2.6~2.7%로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년 전망은 올해와 같거나 조금 개선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현한 것”이라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설명은 ‘더 나빠지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의 다른 표현이다.
경제가 위중한데 말로만 신호를 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내년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도록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정부가 기다리지 말고 먼저 찾아 나서 기업 투자의 걸림돌을 해소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지적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후순위로 밀린 혁신적 포용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을 두고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반발할지 모른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더 깊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정책 의지를 꺾는다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는 고사하고 국민과 기업의 신뢰를 잃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경제정책은 일부가 아닌 국민 전체에 희망을 주는 것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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