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밤 방송된 tvN 단막극 ‘드라마 스테이지 2019’의 3회 ‘내 연적의 모든 것’(극본 김보겸/ 연출 안국진)은 평생 한 명의 남자를 만나온 여자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빼앗아간 미스터리 한 연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을 되찾게 되는 실연 극복기를 다룬 드라마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독립영화상과 백상예술대상 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는 안국진 감독과 다재다능한 배우 김슬기, 거기에 오펜을 통해 실력을 쌓은 신인 김보겸 작가의 집필력이 더해져 재기 발랄하고 완성도 높은 단막극을 선보였다.
여기서 김슬기가 맡은 ‘오선영’은 10년 동안 바라보던 남자에게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를 받게 되고,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어 혼란을 겪게 되는 인물이다. 10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사랑해 온 남자친구 지석(박두식 분)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후 밤새 잠들지 못하고 슬퍼하기도 하다가, 전화로 소리를 지르며 분노하기도 한다. 또 교사인 지석의 학교까지 찾아가 미행하고, 지석의 동료 교사까지 추궁해 집착하기도 했다가, 자신의 과한 행동에 미안해하기도 한다.
지석의 동선을 쫓다가 사진관에 들르게 된 선영은 우연히 지석이 활짝 웃고 있는 증명사진을 발견하게 되고, 사귀는 10년 동안 보지 못했던 그의 활짝 핀 웃음에 낯선 감정까지 느끼게 된다. 그 사진의 작가인 준희(옥자연 분)가 바로 자신의 연적임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 선영, 자신이 두식의 여자친구였던 것을 숨긴 채 본인이 마주한 이별을 털어놓으며 자신 스스로가 만족할 만큼 활짝 웃는 사진을 찍어달라고 주문한다. 날이 가고 사진 촬영이 거듭될수록 그녀는 연적의 모든 것을 알아가게 되고, 카메라 속 선영의 표정은 굉장히 여유롭고 밝아지며 실연의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작품의 스토리가 표면적으로는 실연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지만, 그 안에는 내면의 나를 찾아가는 자아성찰의 과정이자 인간적 성장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선영은 샤워를 하던 중 몸에 이상 징후로 팔에 지퍼가 생긴 것을 발견한다. 지석이 10년 전 처음 만나던 날 선물해 준 파우치에서 떨어진 지퍼. 선영의 팔에 생긴 지퍼의 속은 마치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지석만을 위해 삶을 살아왔을 뿐, 자신이 누구인지에는 관심조차 없던 선영의 텅 빈 마음처럼 암흑 그 자체였다. 이후 선영은 준희와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진짜 ‘나’에 대해 알아가게 되고, 텅 비어있던 내면이 평생 동안 동경해왔던 ‘오로라’라는 존재로 차오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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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는 이렇듯 요동치는 선영의 성장기를 진정성 있게 그려내어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얻어냈다. 실연의 고통을 참지 못해 살기 가득한 비웃음부터 가슴 찢어지는 절규를 보여주는가 하면 오랜 기간 타인만 생각했던 자아의 공허함을 선영이라는 캐릭터에 녹여내어 다양한 감정을 하나로 융합, 심도 있는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한 여인이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사랑한 남자에 대한 애증과 분노, 그리움과 슬픔의 감정을 완벽히 그려냈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진짜 ‘나’ 찾기를 보여주며 결코 쉽지만은 않은 연기를 현실적이게 담아내 김슬기의 연기 인생에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구축했다.
그동안 ‘오 나의 귀신님’, ‘연애의 발견’, ‘퐁당퐁당 LOVE’ 등을 통해 발랄하고 사랑스러우며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어왔던 김슬기이기에 그의 연기 변신이 더욱 박수를 보내며,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광대들(가제)’이 더욱 기대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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