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미국 국가안보국(NSA) 요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도·감청 기밀문서를 폭로했다. 여기에는 미국 NSA가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보기관과 협력해 벌인 다양한 첩보활동의 실태가 담겨 있었다. 말로만 떠돌던 ‘파이브 아이스(Five Eyes·FVEY)’의 정보수집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스노든은 FVEY를 ‘초국가적 첩보조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등 5개국의 정보협력체제인 FVEY의 역사는 2차 대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6년 미국과 영국이 공산권과의 냉전에 대응하기 위해 비밀 정보교류 협정을 맺은 것이 시초다. 10년 뒤인 1956년 호주와 뉴질랜드·캐나다가 가세하면서 이른바 ‘다섯 개의 눈’이 결성된다. 이들이 의기투합한 데는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전했던 영어 사용국이라는 공통분모가 작용했다. 이들의 밀약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던 모양이다. 1973년까지 호주 총리조차도 협정의 존재를 몰랐을 정도다.
FVEY가 통신 도·감청에 활용한 프로그램은 에셜론. 1960년대 개발된 에셜론 장비와 기술들은 오늘날까지도 사용되면서 전 세계의 사적 통신망 수십억 개를 감시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들어서는 위성통신과 인터넷을 파고들어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로 확대됐다. FVEY 감시체계는 철저히 분업화돼 있다. 호주 정보기관은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캐나다는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냉전 시기에 소련 도·감청을 주로 했다. 냉전 후에는 러시아와 중국, 러시아·중국과 중남미 국가 간의 통신내용을 수집했다. 뉴질랜드는 동남아와 서태평양, 영국은 유럽과 러시아, 미국은 대다수의 지역을 감시했다. 상대국 국민을 도·감청하기도 했다. 이렇게 취합된 정보는 자국 기관의 정보처럼 공유했다. ‘빅브러더(거대한 감시자)’라는 지적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스노든의 폭로 후 한동안 잠잠하던 파이브 아이스에 대한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고사작전의 배후에 파이브 아이스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5개국 정보기관 수장들이 캐나다에서 회의를 열고 통신보안을 위한 화웨이 견제 필요성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후 미국과 동맹국의 화웨이 봉쇄작전이 노골화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연관성은 충분해 보인다. 중국도 반전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니 강대국들의 보안전쟁이 더 격화될 것 같아 걱정이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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