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대북 교류협력 정책이 상호 경쟁 양상으로 치달아 자원이 낭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남북 교류 활성화를 위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가 자체 조율 기구를 만든다. 지자체는 북한 지방정부와 원활한 교류를 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도 추진한다.
시도지사협의회는 1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남북 교류협력 특별위원회 1차 회의를 개최했다. 특위는 △시·도의 남북교류협력 과제 발굴 △시·도 간 교류협력사업 조정의견 제시 △남북교류협력 관련 정책건의과제 발굴 및 정부·국회 제안 △관계기관과 남북교류 관련 상호 협력 방안 논의 등의 역할을 맡는다. 시도지사협의회는 이날 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내년 1월 사무처 산하에 남북교류지원부를 설치해 지자체 간 대북 협력 정책 조율에 나설 계획이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대북 정책 조정에 나서는 것은 올해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잇따라 관련 정책이 우후죽순격으로 입안되고 추진되는데 대해 스스로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양양 국제공항과 원산 갈마 비행장 간의 연결을 추진하는 반면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평양 순안공항 직항로 개설을 구상하고 있다. 통일경제특구 지정을 두고서도 강원도는 철원, 경기도는 파주, 인천은 강화를 꼽아 지자체 사이에서도 “상호 경쟁적으로 추진되는 대북협력 정책이 혼선만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인 통일부를 중심으로 지자체의 대북 정책을 조율하는 ‘지자체 남북 교류 협력 협의체’의 개최 빈도를 현재 반기 1회에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10월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개최 빈도 확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상황은 없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바 있다. 시도지사협의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특위 회의에서 “각 시·도에서 각자 독특한 콘텐츠를 가지고 협력의 단계를 밟아 나가야겠지만 협력하고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한다”며 “지자체 간에 경쟁적으로 대북협력을 추진하다 보면 자원 낭비와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도지사협의회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도 추진한다. 현재 관련법은 지자체를 남북교류협력의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이를 개정해 지자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박 시장은 이날 특위 위원 20명을 위촉했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고 고경빈 남북하나재단 이사장과 배기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등이 위원으로 임명됐다.
/변재현·박우인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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