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차별 등에 대한 증언이 쏟아졌다.
20일 충남 태안군 태안보건의료원 상례원 앞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충남 노동자들의 현장증언’에 참석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지금도 김용균 씨가 당한 사고 위험성에 곳곳의 비정규직들이 노출돼 있다”고 외쳤다.
태안화력발전소와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일용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플랜트건설노조 강성철 노안국장은 “2017년 11월 태안화력 3호기에서 보일러 예열기 청소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구조물에 끼여 목숨을 잃었는데 조사해 보니 사고예방을 위한 매뉴얼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고, 관리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는 실수나 과실에 의한 사고가 아닌 살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모든 사고 경위를 파악해 원청과 하청 등을 노동부에 모두 고발했는데 여태껏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알지 못한다”며 “비정규직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도록 끝까지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호소했다.
당진 현대제철 비정규직 조정환 씨는 “2년 전 고로로 철광석을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에서 혼자 일하던 동료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며 “이후 드러나 여러 문제점 등에 대해 문서 등으로 건의했지만 대부분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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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란 구조 속에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며 “제2, 제3의 김용균을 막으려면 위험의 외주화가 아닌 비정규직의 정규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LG유플러스 김경호 씨도 “인터넷 설치와 정비와 수리를 위해 안전장구 하나에 의지해 혼자 전봇대나 옥상, 난간 등에서 일하고 그러다 다치면 전부 자부담으로 치료해야 한다”며 “위험한 일은 모두 하청을 주고 안전교육이라곤 동영상 보고 사인하는 정도다. 우리는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공무직 노동자인 곽은숙 씨는 “업무 과중과 인력 부족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람 취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근무하고 있다”며 “여름철 실내온도가 40도가 넘는 조리실에서 일해야 하고 일하다 다치거나 아프면 대부분 자기가 부담해 치료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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