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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긴축 속도조절] "비둘기 색깔 부족"...파월 자산축소 완화 의지에 시장 시큰둥

■연준 올 4번째 금리인상

'점진적 금리인상 문구' 유지하자 뉴욕증시는 급락

위원 17명중 11명 "내년 인상 2차례 넘지 말아야"

성장률 둔화 우려에 중립금리도 2.5~3.0%로 낮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기준금리 인상 및 내년 속도 조절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으로 나스닥 등 주요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하자 1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데이더가 업무 도중 머리를 감싸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9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대로 내년도 금리 인상 횟수를 축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실망감으로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뚜껑을 열어 보니 생각보다 ‘덜 비둘기파’ 적이었다는 반응이다. 연준은 예상대로 추가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를 단행하면서도 내년 긴축 횟수를 종전 3회에서 2회로 하향 조정했지만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삭제될 것으로 예상했던 ‘추가적인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 문구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다소(some)’라는 새 단어만 추가하는 데 그쳤다. 이 소식에 하락 반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제롬 파월 의장이 “지금의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하락 폭을 더 키웠다. 전격적인 금리 동결로 연준이 ‘슈퍼 비둘기’로 변신하기를 바랐던 미국 증시는 실망감에 주요 지수가 급락하면서 “기대가 과도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키워가고 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고용과 경제 활동의 호조세를 들어 금리를 인상했다. 미국의 실업률이 3.7%로 지난 1969년 이후 최저치인데다 3·4분기 성장률은 3.5%에 달한 것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연준 위원들은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3·4분기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과다한 기업 부채와 최근 증시 하락 등을 고려해 내년 금리 인상 속도를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를 통해 금리 인상이 두 차례만 이뤄질 것으로 시그널을 보냈다. 당초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세 차례로 제시했다 이번에 축소했다는 점에서 일부 시장의 의사를 반영했지만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연준 내부적으로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 큰 힘이 실리고 있지 않다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FOMC 위원 17명 중 11명이 내년 금리 인상이 두 차례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나마 4명이 한 차례 인상을 주장했고 아예 동결 의사를 밝힌 위원도 2명에 그쳤다. 다만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적 목소리는 확연히 약해진 분위기다. 네 차례 이상 금리 인상을 주장한 FOMC 위원이 9월에는 5명에 달했지만 이번에는 한 명도 없었다.

시장에 우려를 의식해 연준은 일단 시장의 뜨거운 관심사인 중립 금리 수준에 대해서 9월에 제시한 2.8~3.0%에서 이날은 2.5~3.0%로 하단을 0.3%포인트 끌어내렸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이상적 금리 수준으로 여기에 금리가 가까워지면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의지가 확연히 약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연준은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역시 2.5%에서 2.3%로 낮춰 성장세가 둔화될 우려도 인정했다. 이에 2020년 금리 인상 횟수도 기존처럼 한 차례로 유지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연준이 비둘기를 날렸지만 뉴욕 증시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부각돼 주요 지수가 이날 금리 인상 발표 직후 급락했다. 다우지수가 1.49% 하락했고 나스닥 지수는 2.17% 떨어졌다. 장 초반 주요 지수가 1%가량 상승세를 보이다 추락해 변동성은 한층 컸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정책에 대해 전보다 온건한 모습을 보였지만 시장 기대에는 못 미쳤다고 지적한다. 연준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로베르토 페를리 코너스톤마크로 파트너는 블룸버그에 “연준이 9월보다 비둘기파(온건파) 성향이 강해졌지만 시장이 반길 정도는 아니다”라며 “미국 경제지표는 연준이 타월을 던질 때라는 것을 아직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은 이번 FOMC 성명에서 ‘점진적 금리 인상’ 문구가 삭제될지에 관심을 보여왔는데 연준이 조심스럽게 이를 유지하자 실망감이 컸다는 평가다. 더욱이 시장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 회의 직전 잇따라 “금리를 올리지 말라”고 촉구한데다 경제 전문가들도 “인플레이션이 없다”며 거들자 금리 동결까지 기대하는 분위기였지만 좌절되면서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다행인 것이 시장이 연준에 과도한 기대를 걸며 경제·금융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연준의 입장을 평가절하한 것 아니냐는 반성도 장 마감 이후 나와 20일 증시가 반등에 나설지 주목된다. BCA리서치의 피터 베레진 수석 부대표는 “연준 성명서는 완화적이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것만큼 완화적이지는 않았다”고 평했다.

한편 연준이 내년 첫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할 시점을 놓고도 월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월과 6월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되는 가운데 미국 경기의 둔화세 정도에 따라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연준은 경제지표에 따른 통화 정책 결정을 강조하고 있고 파월 의장도 이날 “향후 금리 인상 속도에 실질적인 불확실성이 있다”며 “데이터가 적절한 (금리) 경로에 대한 판단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파월 의장은 이날 금리 인상을 결정한 후 기자회견에서 정치적으로 통화정책에 개입하려는 시도는 “결코 영향을 줄 수 없다”며 연준의 독립성을 내세웠다. 실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동결과 함께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를 중단하라는 주장에 대해 기자들에게 “변화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물리쳤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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