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시리아 철군은 자신의 오래된 공약이라며 미국은 더 이상 중동의 경찰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 전격적인 철군 결정을 강행한 것을 두고 밖으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균형을 뒤흔드는 한편으로 안으로는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조차 반발이 제기되는 등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비판론에 대해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미국이 중동의 경찰이 되기를 원할까.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하는 일에 고마운 줄도 모르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중한 목숨과 수조 달러를 써가는 것 외에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서? 우리는 그곳에 영원히 머물기를 원하는가?”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다른 국가들이 마침내 싸울 때”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쓴 ‘경찰’이라는 표현은 제2차 대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의 적극적 ‘개입주의 외교’를 상징하는 말이다. 미국은 당시 냉전 체제에서 소련과 경쟁하며 ‘반(反) 공산주의 진영’의 좌장, 즉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며 적극적으로 국제 문제에 개입, 안보와 경제에서 미국 위주의 세계질서를 주도해왔다.
이후 1960년대 베트남전 이후 한동안 ‘신고립주의’가 다시 부상하기도 했지만, 미국은 2001년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9·11 테러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통해 다시 ‘개입주의’로 전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개입주의를 폐기, 다시 고립주의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이날 트위터에서 “시리아에서 철수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나는 수년간 그에 대한 캠페인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그는 “6개월 전 내가 매우 공개적으로 그렇게 하기를 원했을 때, 나는 더 오래 머무르는 데 동의했다”면서 “러시아, 이란, 시리아, 그리고 그 외 다른 국가들이 ISIS(이슬람국가 IS의 옛 명칭)의 역내 적들인데, 우리가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제 집으로 돌아와 재건할 시간. 미국을 더 위대하게(MAGA)”라고 글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리아 철군 조치로 시리아에서 미국과 각을 세워온 러시아와 이란 등에 유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언론 보도 등에 대해서도 ‘가짜 뉴스’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가짜 뉴스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에도 불구, 러시아와 이란, 시리아 그리고 다른 많은 나라는 미국이 떠나는 것에 대해 좋아하지 않는다”며 “왜냐하면 이제 그들은 우리 없이 그들이 싫어하는 ISIS 및 다른 세력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을 건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를 주장해왔다. 올해 3월 대중 연설에서는 미국이 중동 전쟁에 개입해 7조 달러를 낭비했다며 IS를 거의 다 몰아냈는데도 시리아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철군 결정은 참모들의 계속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더구나 동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과 이렇다 할 협의 과정도 없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외에서 비판 여론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터키 국경 근처의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미군 약 2,000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이슬람국가(IS)와 싸우는 시리아민주군(SDF)에 대한 군사훈련을 지원해왔다.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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