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를 피하기 위해 전날 상원이 처리한 긴급 지출 법안 서명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의회를 거듭 압박했다. 이는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 예산 문제를 내세워 다시 강공 드라이브를 걸면서 예산안 처리 시한인 21일을 앞두고 셧다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과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와 긴급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고 라이언 하원의장이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도부에 “장벽 안전에 대한 적법한 우려로 인해 어젯밤 상원을 통과한 지출 법안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라이언 하원의장이 전했다. 라이언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장벽 건설을 위한 지출 합의를 원한다”며 다시 의회로 돌아가 장벽 예산을 추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업무정지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상원은 전날 국토안보부 등 일부 연방정부 기관들에 내년 2월 8일까지 한시적으로 현행 수준에서 경상경비를 긴급히 지원하기 위한 긴급 단기 지출 법안을 승인했으나, 여기에는 그동안 ‘뇌관’이 돼온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은 빠졌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의 긴급 회동은 당내 보수파 인사들이 장벽 건설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데에 반발, 지출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겠다고 ‘반란’을 일으킨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셧다운을 막으려면 상원을 통과한 단기 지출 법안이 하원의 승인을 거쳐 이들 기관에 자금 공급이 끊기는 시한인 오는 21일 자정까지는 대통령의 서명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지출 법안에 대한 서명을 거부키로 한 데 대해 “상당수 연방 부처들이 셧다운 앞에서 휘청거리게 됐다”며 셧다운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내년 예산안에 장벽 건설 비용 50억 달러(약 5조 6천150억 원)를 반영할 것을 요구하며 셧다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으나, 백악관이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을 둘러싼 대치를 해소하기 위해 의회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강경 태도에서 대폭 물러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 건설 예산 문제를 들어 다시 강경 입장을 보이는 것은 강경 지지층의 요구와 무관치 않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어리석게도 다른 나라들의 국경 안전을 위해서는 싸우면서 사랑하는 미국을 위해서는 그러지 않는다. 좋지 않다!”며 민주당이 국가보다 정치를 위에 둔다며 민주당을 향해 “그들은 완벽한 국경 안전 없이는 내가 사회간접자본을 포함해 어떠한 입법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제 막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은비 인턴기자 silverbi20@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