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새 학기부터 학교 성희롱·성폭력 피해 학생이 원하면 즉시 학교를 옮길 수 있다. 교원 다수나 교장·교감 등 관리자급 교원이 가해자로 지목된 ‘스쿨미투’ 사건은 교육청이 직접 조사하기로 했다.
정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1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교육 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성희롱·성폭력 피해 학생이 전학을 하면 교육청이 책임지고 조치하도록 했다. 각 교육청은 관련 지침을 내년 2월까지 손질한다. 현재도 성폭력방지법과 가정폭력방지법 등에 관련 규정이 있지만 지침이 미비해 현장에서 전학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수사과정에서도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 학생과 부모 의견을 반영해 조사 장소를 선정하고 가명(假名) 조서를 활용하기로 했다. 또 피해 학생이 여성이면 여성 경찰이 조사하게 할 방침이다. 조사과정에서 신뢰관계인도 보다 신속히 지정하도록 했다. 신뢰관계인이란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하거나 법정에서 증언할 때 옆에서 피해자의 심리안정과 의사소통을 돕는 사람을 말한다. 내년 초중고 전문상담교사 선발인원도 기존보다 20% 이상(전년 대비 484명 이상) 늘린다. 이들은 피해 학생 심리안정을 돕게 된다.
정부는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가 여럿이거나 교장·교감 등 관리자급이 가해자로 지목될 경우 ‘스쿨미투’ 사안은 반드시 교육청이 직접 맡아 처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교육청별 전담팀과 조사·심의위원회가 구성된다. 성희롱·성폭력 가해교원을 징계한 결과를 피해자에게 알리고 사립학교 교원도 국공립 교원과 같은 수준으로 징계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개정 절차에 들어간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국공립 교원은 학생·미성년자 대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면 기본적으로 파면 또는 해임해 교단에 서지 못하게 한다”면서 “사립교원에 대해서도 이처럼 교단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실효성 확보를 위해 내년부터 교육청이 요청한 징계요구를 이행하지 않는 사학법인에 과태료를 부과한다. 아울러 재발 방지를 위해 성 비위로 징계받은 교원은 학교로 복귀할 때 성인지 교육과 개별상담을 반드시 받도록 했다.
정부는 교육부 주관으로 초중고 성희롱·성폭력 사안 처리 매뉴얼을 내년 2월까지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교장·교감·수석교사 자격연수 과정에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추가한다. 교대와 사범대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해 예비교사도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학교에서 양성평등 인식·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내년까지 선도교원 170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양성평등 교육프로그램을 연구하는 교사학습공동체 운영도 지원한다. 양성평등 교육프로그램을 개발·운용하는 연구학교를 늘리고 학생들 성장단계를 고려한 교육콘텐츠도 만들어 보급한다. 학생과 교원을 대상으로 인권·양성평등 의식과 성희롱·성폭력 실태 파악을 위해 내년 상반기 1만명 규모로 표본조사를 실시한다.
대학 자체감사나 교육부 감사에서 성희롱·성폭력 등 성 비위로 징계를 받은 교수는 학술연구지원사업 사업비를 받을 수 없다. 해당 교수는 1년 동안 학술 지원에서도 제외된다. 또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 이수율과 전담기구 운영실적을 3주기 대학기관평가인증에 반영하기로 하고 전담기구 운영실태·개선사항과 ‘대학원생 조교 운영·복무 가이드라인’ 이행현황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민관합동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및 디지털 성범죄 근절 추진 협의회’를 스쿨미투 관련 협의체로 활용하기로 했다. 특히 교육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성평등정책 담당부서를 새로 설립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08년 2월에 폐지된 교육부 여성교육정책과가 부활한 것과 같다”고 “10여년 만에 여성전담조직이 신설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는 ‘문재인 정부 포용국가 추진계획(안)’도 논의됐다. 정부는 내년 2월 확정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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