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를 끝낸 후 파자마 등 속옷을 입고 양모 양말을 신고 속옷만 입어도 좋을 만한 23~25℃로 실내 온도를 맞추고 적당한 알코올과 간단한 먹을거리를 챙겨서 소파에 누워 가장 편한 자세로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면 그날은 가장 행복한 날이다.”
이 말에 동의하시는가. 그렇다면 ‘헐렁한 옷차림에 가벼운 술 한 잔으로 행복한 인생을 찾는’ 핀란드식 행복추구법 ‘팬츠드렁크’를 한 번 따라 해보시라. 핀란드는 올해 유엔 세계행복보고서가 발표한 ‘지구 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혔다는데 ‘가장 행복한 나라’ 사람들의 소소한 ‘행복추구법’이 바로 팬츠드렁크인 셈이다.
핀란드 최대 일간지 헬싱키 사노마트의 문화부 기자 미스카 란타넨은 핀란드인들의 행복추구법을 ‘팬츠드렁크’ 한 권에 담아냈다. 그의 조언은 간단하다.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인 휘게(편안한 삶)와 라곰(균형잡힌 삶)은 실제 환경을 바꾸고 조성해야 얻을 수 있는 행복이며, 행동 수칙이자 격언에 가깝다. 휘게는 인테리어 잡지나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흔히 보이는 ‘번지르르한 이미지’ 때문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핀란드 사람들이 진짜 행복한 이유는 ‘팬츠드렁크’에 있다.”
핀란드식 ‘혼술’이라 할 수 있는 팬츠드렁크는 과거에는 핀란드에서도 부정적 이미지로 받아들여졌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소확행 실천법’이 됐다. 2015년에는 팬츠드렁크의 이미지를 국가 이모티콘으로 정할 정도로 팬츠드렁크에 대한 핀란드 사람들의 애정이 각별하다.
저자는 환경이나 분위기에 상관 없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실천할 수 있는 팬츠드렁크로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찾으라고 당부하면서 팬츠드렁크가 어디서 시작됐는지에서부터 집 밖에서도 팬츠드렁크를 즐기는 법, 헬싱키에서 맥주를 마시기에 좋은 방법에 이르기까지 세세히 안내한다. 또한 팬츠드렁크를 해야 하는 100가지 이유, 팬츠드렁크 초심자’를 위한 3가지 팁, 팬츠드렁크 중 하면 안되는 것들(△이력서 제출 △주식거래 △퇴사 이메일 보내기 등), 술 없이도 즐기는 ‘팬츠드렁크’ 등 읽는 동시에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실용적 팁들을 제공해준다.
그렇다면 별것도 아닌 팬츠드렁크 하는 시간이 왜 우리를 힐링하는 것일까. 저자는 단기적으로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일터와 일상에서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중압감에서 헤어나게 해주는 놀라운 힘이 바로 ‘가벼운 정도의 술자리’의 효과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좋건 싫건 간에 술자리를 갖게 되는데, 여기선 표정관리도 해야 하고 이는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팬츠드렁크를 할 때는 강요에 의해 하는 표정 관리와 정반대 지점에 놓이게 되며, 이런 이유로 놀라운 치유와 해방의 경험을 맛보게 된다는 저자의 주장엔 일리가 있다. 그뿐 아니라 팬츠드렁크에는 정신, 감정적인 면에서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집중하는 명상법인 ‘마음챙김’과 닮은 구석이 있다.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과 편안한 환경을 통해 최종목적지인 ‘완전한 휴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저자는 팬츠드렁크가 스트레스의 만병통치제가 될 수 없음을 말한다. “가벼운 정도의 스트레스는 가벼운 술자리와 잠깐의 휴식으로 해소할 수 있지만, 어떤 스트레스의 경우는 장기적인 내면의 대화 또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풀 수 있다”면서. 그러므로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 등에게는 오히려 팬츠드렁크가 좋은 선택은 아닐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1만4,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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