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에 기존 지지층마저 등 돌리나=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실시해 21일 발표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눈에 띄는 점 가운데 하나는 여당 지지자와 호남·진보층으로 분류되는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 조짐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우선 지역별로 보면 현 여권의 텃밭인 광주·전라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65%로, 불과 한 달 전인 11월 3주차 조사(75%)보다 10%포인트나 급락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같은 기간 17%에서 28%로 1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지지정당별 조사에서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한 달 새 81%에서 76%로 낮아졌고 부정평가는 13%에서 18%로 높아졌다. 정치성향별 조사 역시 진보층의 긍정평가는 74%에서 67%로 줄어든 반면 부정평가는 20%에서 28%로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동안 현 정권에 비판적 지지를 보내던 중도층도 긍정평가가 56%에서 48%로 떨어지고 부정평가는 34%에서 44%로 10%포인트 증가했다. 이 같은 핵심 지지층의 이탈은 최근 불거진 청와대 특감반 논란이 결정타가 됐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은 “청와대의 공직기강 해이에 이어 터져 나온 불법 사찰 공방으로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핵심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과의 도덕적 우월성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이라는 악재가 불거지면서 지지층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국정운영 타격, 사회갈등 확산 우려도=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들기도 전에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에 진입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역전했다는 것은 그만큼 현 정권에 대한 ‘비토(반대)’ 세력이 많아졌다는 증거”라며 “이러한 지지율 하락세가 방치되면 공무원의 복지부동으로 국정운영의 부분적 마비가 오는 것은 물론 누구도 정부 정책에 수긍하려 들지 않으면서 사회적 갈등도 확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 가속화할 경우 현 정부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들자마자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상 역대 정권 3년차 3·4분기부터 등을 돌리던 20대 남성이 벌써 이탈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좋지 않은 악재”라며 “전 세대에 걸쳐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해질 경우 레임덕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등을 돌린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경고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청와대 참모진 교체와 같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최 원장은 “이제라도 청와대가 국민 여론 악화의 심각성을 느끼고 민심 수습대책을 내놓으면 반등의 기회가 있지만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해버린다면 지지율이 추가 하락하면서 국정운영 동력이 상실될 수밖에 없다”며 “조국 민정수석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진 교체도 검토해볼 때”라고 진단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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