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셀리그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긍정심리학센터 소장은 행복한 삶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즐거운 삶’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가진 삶을 말한다. 부정적 정서를 최소화하고 긍정적 정서를 최대화해 유쾌함과 즐거움, 희망과 기대감을 느끼는 삶이다. 두 번째는 ‘좋은 삶’으로 자신의 강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삶을 재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몰입을 일으키는 요인들로 구성된다. 일·사랑·자녀양육·여가활동 같은 일상에서 자신이 지닌 강점을 많이 펼칠수록 삶은 더 많은 몰입으로 충만해지게 되고 ‘좋은 삶’이 된다고 한다. 세 번째는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에 애정을 가지고 봉사하는 ‘의미 있는 삶’이다.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사회와 인류를 위해 헌신하는 활동들이 의미 있는 삶을 만든다.
셀리그먼 소장은 세 가지 유형의 행복이 삶의 만족도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살펴봤다. ‘즐거움’은 삶의 만족도와 상관관계가 낮았던 데 비해 ‘의미의 추구’는 삶의 만족도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리고 즐거움·몰입·의미를 모두 갖췄을 때 삶의 만족도는 각각의 합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삶의 만족도 외에도 기업의 생산성, 개인의 건강에도 유사한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개인의 일상이 즐거움·몰입·의미로 조화를 이룰 때 개인과 조직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즐거움·몰입·의미는 연구자에게 있어서도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요소다. ‘즐거운 삶’을 결정하는 긍정적 감정은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감안하면 몰입과 의미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연구자들의 행복을 결정하는 핵심으로 볼 수 있다.
연구자로서 행복한 때를 꼽으라면 오래도록 고민하고 몰두해온 연구가 좋은 성과를 냈을 때일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연구에 온전히 몰입해 얻은 노력의 결실을 보는 일은 크나큰 행복이며 ‘좋은 삶’을 이루는 충분한 조건이 된다. 그리고 그 연구결과가 타인에게, 사회에, 인류에 보탬이 되고 이를 사회가 인정하고 격려해준다면 이는 ‘의미 있는 삶’이라 할 수 있다.
달리 말해 연구자에게 있어 행복이란 자긍심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연구에 대한 자긍심, 그리고 사회가 인정해줄 때 가질 수 있는 자긍심이 연구자의 행복일 것이다. 특히 국가와 사회·국민을 위해 연구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자에게는 사회 구성원의 인정과 격려가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
연구자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최선의 방법은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자율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자율적인 연구 환경에서 연구에 ‘몰입’해 ‘좋은 성과’를 내고 그 성과가 사회와 인류에게 기여하게 된다면 이는 ‘의미 있는’ 일이 된다. 그리고 그 결과가 국민의 ‘즐거운 삶’에도 이바지한다면 더욱 윤택한 삶과 사회를 만들고 인류의 총 행복 용적량을 증대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지난 11월28일에는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발사체(누리호) 엔진 시험발사체의 발사가 있었다. 누리호의 엔진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목표했던 140초를 뛰어넘어 151초 연소에 성공하며 우리 과학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랜 시간 시험발사를 준비해온 연구자들에게는 어느 때보다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본 국민에게는 대한민국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리라 생각한다. 연구자의 삶이 의미 있는 삶으로 승화되는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연구자들이 국민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사회와 인류를 위한 연구에 몰입하고 있다. 우리 연구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최우선 과제이자 목표다. 우리 사회 구성원이 함께 행복한 2019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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