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홍콩 매체 명보와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 등에 따르면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지도부가 내년에는 감세 혜택을 더욱 늘리고 지방 정부의 경우 특별 채권 발행 등을 늘리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경제 운용의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9~21일 사흘간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 발표 내용에 비춰볼 때 중국 경제 당국은 무역 분야에서 미국과의 장기전에 대비해 경기 부양에 힘을 쏟고 대외개방을 강화하면서 내부적으로 성장률을 안정적으로 지속시키겠다는 의지를 뚜렷이 했다. 무엇보다 지난해보다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겠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올해보다 감세 폭이 늘어나고 GDP 대비 적자재정 비중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명보는 이날 논평을 통해 “올해 감세와 각종 비용 인하 규모가 1조1,000억 위안(179조원), 지방정부의 특수목적 채권 발행액이 1조3,500억 위안(220조원)이었는데 내년에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친다면 감세와 채권 발행 규모가 이보다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이징밍 중국재정과학연구원 부소장은 “경제 당국이 기업 부문과 가계 부문 모두에서 적극적인 세금 인하 계획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면서 “확대 재정 정책도 내년의 내수 부양과 경제의 안정 성장에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영 신화통신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자녀 교육, 주택담보대출, 주택 임대료 등 6개 특별 공제 항목을 설정한 새로운 조치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생애 첫 주택구매자는 주택담보대출 이자지급에 대해 최대 월 1,000위안(약 16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 주택 임차인은 매년 1만8,000위안의 공제혜택을 누린다. 자녀 교육비에 대해서는 월 1,000위안의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지난 10월에 발표됐던 이번 소득세 공제 관련 시행세칙은 내년 중국 경제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개인소득세 특수공제 정책을 실행해 소비 능력을 높이기로 한지 하루만에 공고됐다. 회의에서 천명한 대규모 감세원칙은 곧바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부양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중국 정부의 재정적자 비중은 GDP 대비 2.6%였던 올해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투자은행 노무라는 내년 중국의 적자재정 비중 목표치가 올해보다 0.4%포인트 증가한 GDP 대비 3%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의 경우 이번 중앙경제공작회의 발표문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올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설정했던 6.5% 안팎 수준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통화정책의 경우 실물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맞춤형 통화정책 수단 활용이 확대될 수 있다. 이미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9일 맞춤형 중기유동성지원창구(TMLF)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환율 시장의 경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눈여겨 보고 있는 만큼 외부로 드러난 개입 움직임은 확연히 축소될 전망이다. 실제로 이번 중앙경제공작회의 발표문에서는 위안화 환율 정책에 대한 언급이 사실상 사라졌다.
실물 경제 온도를 가장 확연히 느낄 수 있는 부동산 시장의 경우 투기 요소를 억제하겠다는 지도부의 기존 입장은 재확인됐지만 부동산 통제라는 문구는 발표문에서 삭제됐다. 적어도 인위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통제해 실물 경기 온도를 냉각시키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올해 중앙경제공작회의는 미국과의 장기전을 겨냥해 위기의식을 강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무역 보복 맞대결 대신 대외 개방 등을 부각시키며 중국의 글로벌 입지 강화와 안정적 경제 성장률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잡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