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력공단은 국가가 산업화를 주도하던 경제개발5개년 시대에 맞는 이름이죠. 인력을 ‘관리’한다는 개념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직업능력을 길러주고 양질의 일자리와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이 막중합니다. 그에 걸맞게 공단의 겉모습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김동만(59·사진)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두를 이렇게 뗐다. 김 이사장은 지난 18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한국노총 위원장에 이르기까지 30여년을 근로자 권익 향상에 투신해온 그가 근로자 직업능력과 국가의 인적자원을 책임지는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김 이사장은 “공단은 ‘고용 서비스’를 강조한 새 이름을 몇 년간 고민해왔다. 내년에는 새 CI(기업·기관 정체성)도 개발해 공단의 변화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운동가에서 공공기관 수장으로 변신한 지난 1년간 김 이사장은 “1,000만명이 넘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직업훈련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산업인력공단은 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를 포함한 경제5단체와 협약을 맺어 기업의 직업훈련 참여를 이끌어냈다. 김 이사장은 “수많은 청년이 운송·조리·정비 등 각종 직업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육해공 3군과도 긴밀히 협조했다”며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활용해 군 경력이 사회에서도 이어지도록 직무를 표준화하고 전역 장병의 취업난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NCS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부터 공공기관 채용에 활용한 직무능력표준이다. 특정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기술을 국가 차원에서 표준화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정치권 일각에서 “전 정권의 작품”이라며 NCS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데 대해 “전 정권이 만들었어도 좋은 제도라면 적극 활용하고 확대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NCS는 기업의 채용·경력개발·승진에 반영해 근로자의 체계적인 역량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라며 “올해 민간 직업훈련기관 2만9,000여곳의 훈련과정에 NCS를 적용했고 로봇기구개발기사·방재기사·버섯기사 같은 NCS 기반의 신산업 국가기술자격도 새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특히 “대체로 인력양성 시스템이 주먹구구인 중소기업에 NCS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상당수 영세 중소기업은 아직도 도제식으로 인력을 키운다“며 “공장의 명장(名匠)들도 NCS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기술을 체계적으로 전수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산업인력공단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로봇·인공지능(AI)·빅데이터·스마트카 같은 신산업 분야의 NCS도 매년 50개씩 개발하고 민간기업에 확산시킬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470개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에서 NCS 컨설팅을 끝냈고 매년 중소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NCS 활용 자문을 해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인력공단과 공단의 모(母)기관인 고용노동부는 이와 함께 한해 370만여명(2016년 기준)이 응시하는 국가자격시험도 미래 신산업에 맞게 확대 개편하고 있다. 고용부는 산업현장에 필요한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3D프린터개발산업기사·3D프린터운용기능사·식육가공기사·잠수기능장·농작업안전보건기사 등 총 5개의 국가기술 자격을 신설했고 공단은 올해 첫 시험을 치렀다. 김 이사장은 “AI·블록체인 같은 기술발전에 따른 직업능력의 미스매칭을 줄이지 못하면 노동의 질은 더욱 양극화하고 대기업·중소기업의 격차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 공단은 누구나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격획득에 뛰어들 수 있게 오픈 훈련생태계를 만들고 평생 직업훈련을 중심으로 공단 사업을 개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표준화한 신산업 기술로 무장한 인재들을 국내 산업현장, 그 중에서도 구인난에 시달리는 영세 중소기업에 구석구석 ‘수혈’하는 것이 김 이사장의 목표다. 다만 김 이사장은 “숙련된 근로자들은 대기업으로 계속 이동한다. 적어도 대기업 급여의 70% 수준까지 중소기업 임금도 올려야 한다”며 “원·하청 간 불공정거래, 단가 후려치기도 꼭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술인재 육성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처우 격차 줄이기와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게 노사정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내년 8월29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도 산업인력공단의 주요 업무다. 한국은 전국기능경기대회 메달리스트 가운데 국가대표를 선발해 국제 올림픽에 내보냈다. 1977년 대회 종합우승을 비롯해 29차례 참가, 19차례 종합우승, 6차례 준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김 이사장은 “산업인력공단은 올해 2월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경쟁력강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선수 경기력 향상을 위한 훈련에 집중해왔다”며 “올해는 산업기계설비·클라우드컴퓨팅 같은 직종 5개를 늘려 총 47개 직종에 선수를 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이사장은 “종합우승이라는 타이틀보다 기능인들이 산업의 핵심인력으로 제대로 대우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최근 남북관계 해빙에 따른 북한 인적자원 개발의 청사진도 내놓았다. 그는 “우리 공단에 블루오션이 열린 격”이라며 “남북 경제협력의 기반이 되는 인적자원개발 상호 기본원칙을 마련하고 남북 직업훈련용어사전 개발, 기술자격 상호인증 방안을 포함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2013~2015년 남측이 전문가를 파견해 개성공업지구에서 북한 노동자 600여명을 훈련시킨 경험도 있는 만큼 향후 개성공업지구에 훈련센터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국내의 취업난으로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에 대한 지원도 강조했다. 그는 “올해 11월까지 정부 해외취업 지원 프로그램인 케이무브(K-MOVE)를 통해 나간 해외취업자 수는 4,47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늘었다”면서 “내년부터 연봉 3,200만원 이상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케이무브 트랙Ⅱ’ 과정을 신설하고 정착지원금도 최대 4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일자리의 질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관련해 “정착지원금과 경력 모델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취업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리턴(귀국)한 취업자의 경험을 국가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취업사례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야 한다”며 “해외취업자가 부당노동행위를 겪지 않도록 국가별 현장점검과 예방조치도 적극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저조한 산업인력공단 임직원의 처우 개선도 김 이사장이 주력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그는 “낮은 급여에 실망해 신입 직원들이 많이 나가다 보니 예비 합격자를 수십 명씩 뽑아야 하는 형편”이라며 “전국 870여개 공공기관 중 최고 대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타 기관보다 많게는 3,500만원 적은 연봉 문제를 조금이라도 개선해야 직원들이 ‘국가 인적자원의 못자리’를 키운다는 자긍심을 갖고 업무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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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경남 마산 △1978년 마산상고(현 마산 용마고) △1978년 한일은행 입사 △한일은행 노조 쟁의부장 △2000년 전국금융산업노조 상임 부위원장 △2006년 금융노조 위원장, 한국노조 부위원장 △2008년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위원 △2011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 △2014년 한국노총 위원장 △2017년~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정리=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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