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격렬했던 한국 노동투쟁사의 한가운데 있었다. 지난 1985년 한일은행 노조 쟁의부장을 맡으며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2000년에는 금융노조 상임 부위원장으로서 금융노조 총파업과 국민·주택은행 총파업도 주도했다. 그 와중에 수배생활과 함께 1년을 차디찬 감옥에서 보내기도 했다. “제 가족, 친척집마다 경찰들이 쫙 깔렸고 휴대폰을 아무리 바꿔도 귀신같이 찾아내 경찰서장이 연락하더군요. 저를 설득해 자수를 유도한 거죠.” 김 이사장은 그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김 이사장은 노사정 대화에서도 노동계의 주역이었다. 그는 한국노총 위원장 자격으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을 맡아 2015년 노사정 대타협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2016년 초 ‘양대지침(일반해고·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기준 완화)’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노사정 대타협이 파기되는 쓰린 경험을 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현재의 노동현안 해결은 투쟁이 아닌 대화에 답이 있다고 굳게 믿는다. 그는 “노동현장에서 30여년간 현장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신뢰에 기반하지 않으면 창의적 정책도 지속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뢰를 기반으로 대화할 수 있다면 제도와 정책은 현장에서 상황에 맞게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맹자의 ‘천시불여인화(天時不如人和·운이 따라주고 물질적 지원이 충분해도 병사들의 단결이 없으면 성을 지킬 수 없다)’를 언급했다. 그는 “자동차 등 주력산업은 안팎으로 위기를 겪고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노사 할 것 없이 심각한 양극화에 시달린다”며 “노사는 3보 전진을 위한 2보 후퇴라는 자세로 상호 대화를 진행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재차 피력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민주노총의 노사정 대화 복귀를 당부했다. 민주노총은 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법 개정, 탄력근로시간제 확대 논의 등에 반발하며 노사정 대화의 장을 박차고 나갔다. 내년 1월 민주노총은 노사정 대화 복귀를 논의하는 대의원 대회를 열 예정이지만 내부 반대로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 이사장은 “민주노총의 상당수는 대기업 노조”라며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이들의 양보가 절대적”이라고 했다. 이어 “노사정위 본위원 시절에도 금융산업 노동자들의 격차 해소를 위해 연봉 1억원 이상 직원의 급여 동결과 저임금 노동자들의 급여 인상을 논의했지만 노사정 간 시각차가 커 실패한 일이 있다”며 “양보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자세로 협상해야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나은 노동현장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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