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화재 민관합동조사단이 24일 차량 화재 원인을 발표하고 BMW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공식 활동을 마쳤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자동차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국회에서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6일 BMW 차량의 잇단 화재를 계기로 징벌적 손배제 도입을 골자로 한 ‘자동차리콜 대응체계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입법 등 후속 조치를 이행하고 있다.
국토부는 혁신방안에서 차량 결함을 알고도 자동차 제작사가 늑장 조치해 생명과 재산상 손해를 입혔을 때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게 하는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하고, 차량 결함을 은폐한 자동차 회사에 부과하는 과징금을 매출액의 1%에서 3%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이 내용은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자유한국당 박순자 의원과 같은 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에 반영된다. 징벌적 손배제는 집단 소송이 제기됐을 때 자동차 회사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제도다.
제조물책임법에 대해서는 이미 징벌적 손배제가 도입돼 있으나 이는 손해액의 3배까지만 인정하고 생명이나 신체에 끼친 피해에만 적용된다. 그러나 자동차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강력한 규제를 가하게 된다. 차량 결함 은폐에 부과되는 과징금은 문제가 되는 차량이 많을수록 커진다. BMW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3조6,337억원, 판매 대수는 총 5만9,624대이며 리콜 대상 차량이 17만2,080대라는 점에서 BMW에 3% 과징금이 부과된다면 3,146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후 국회의 법안 처리는 다소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당초 당정은 9월 중에 이 법안을 긴급 상정해 처리를 서두르려고 했으나 지난달에서야 겨우 국토위에 상정됐고, 법안은 아직 법안소위원회 심사도 받지 못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자동차 업계의 조직적인 로비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9월 공공택지 정보 유출과 뒤이은 국감 등으로 법안 처리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자동차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징벌적 손배제 외에 자동차의 제작 결함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자동차 제조사로 돌리는 내용도 의미 있는 부분이다. 피해자가 해당 자동차나 자동차 부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였고 피해가 자동차 부품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등의 사실만 증명하면 자동차 결함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게 돼 피해자 구제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자동차 리콜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차량의 결함 징후를 파악해 조사를 진행하면 모든 단계에서 필요한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리콜과 관련해 정부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은 자동차 제작사에 대해 부과하는 과태료는 건당 1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린다. 앞서 BMW는 화재 원인조사를 위해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요구한 자료제출 요청을 2차례 거절하며 시간을 끈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산 바 있다.
/김은비 인턴기자 silverbi2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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