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우리나라를 떠나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떨치던 클래식 스타들이 2019년 새해 오랜만에 고국 팬들과 만난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 거장 지휘자, 연주자의 공연 일정도 새해 달력을 빼곡히 채우고 있어 클래식 팬들에게 다가오는 기해년(己亥年)은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한 한 해가 될 듯하다.
첼리스트 겸 지휘자인 장한나는 그가 상임지휘자로 있는 트론헤임 심포니오케스트라(TSO)를 이끌고 내년 11월13~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1909년 창단된 TSO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장한나는 2017년부터 이 악단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첼리스트로 먼저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뒤 거장 지휘자인 로린 마젤을 사사하면서 새로운 무대로 영역을 넓힌 그는 2015년 영국 클래식 전문지인 ‘BBC 뮤직 매거진’이 뽑은 ‘당대 최고의 여성지휘자’ 19명 가운데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새해 내한 공연은 2014년 이후 유럽에서 지휘자로 활동에 열중해 온 장한나가 5년 만에 고국 팬들 앞에 서는 자리여서 더욱 의미가 깊다. 장한나와 TSO는 내년 공연에서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1번과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한국이 낳은 ‘젊은 거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전국 리사이틀 투어에 나선다. 사라 장은 지난 2월 예술의전당 30주년 기념 무대에 오르긴 했지만, 전국 순회공연을 여는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소녀 시절 바이올린 신동(神童) 소리를 들으며 화려하게 입문한 뒤 뉴욕필·베를린필·런던심포니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잇따라 협연하며 세계 일류 연주자로 자리매김한 사라 장은 내년 12월29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5~6차례 무대에 오른다. 공연 기획사인 크레디아 관계자는 “서울 일정 외에 지방 공연 일정은 현재 조율 중”이라며 “공연 프로그램 역시 연주자와 상의해 곧 확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작년 워너클래식 데뷔 음반 발매에 이어 최근 도이체 그라모폰(DG) 데뷔 음반 녹음을 진행하며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로 입지를 굳힌 김봄소리는 내년 2월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200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와 듀오 콘서트를 진행한다. 2010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를 시작으로 입상한 국제콩쿠르만 11개에 달해 ‘콩쿠르 사냥꾼’이라는 별칭을 얻은 김봄소리는 뉴욕 카네기홀, 드보르자크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며 활동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블레하츠는 폴란드 작곡가 쇼팽의 작품으로 경연을 펼치는 쇼팽 콩쿠르에서 1975년 명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이후 30년 만에 배출된 폴란드 출신 우승자로 유명세를 떨친 연주자다. 두 사람은 이번 듀오 공연에서 모차르트와 포레, 드뷔시의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한다.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여러 차례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조성진은 내년 6월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헝가리 출신의 마에스트로인 이반 피셔가 이끄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 이와 함께 내년 9월18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독일 출신의 세계 정상급 바리톤인 마티아스 괴르네와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이 공연에서는 휴고 볼프, 한스 피츠너, 리차드 바그너 등 후기 낭만주의를 계승하는 작곡가들의 작품이 연주된다. 아울러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예술감독으로 맹활약 중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스위스를 대표하는 관현악단인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년 4월 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클래식과 성악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인 거장들의 내한 공연도 잇따른다. 먼저 올해 공연을 3주 앞두고 건강상의 이유로 내한이 취소되며 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건반 위의 서정시인’ 머레이 페라이어는 내년 3월 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연다. 주최측에 따르면 이번 공연은 “건강을 회복해 꼭 다시 돌아오겠다”는 국내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페라이어의 강한 의지로 성사됐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장한나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첼로 거장 미샤 마이스키는 내년 10월 25일 스위스의 가장 오래된 악단인 무지크콜레기움 빈터투어와 함께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슈만과 베토벤의 명곡을 연주한다. 현역 최고의 프리 마돈나로 평가받는 메조 소프라노 조이스 디 도나토의 첫 번째 내한 공연도 내년에 펼쳐진다. 그는 내달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지난해 발매한 앨범인 ‘인 워 & 피스(In War & Peace)’에 수록된 곡들을 노래할 예정이다. 데뷔 이후 40년 넘게 70장이 넘는 앨범을 내며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바이올린 여제’ 안네 소피 무터는 내년 11월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소나타로 농익은 연주 실력을 뽐낸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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