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는 치질 환자에게 괴로운 시기다. 추운 날씨로 혈관이 수축된 데다 평소보다 잦은 음주와 기름진 음식 섭취로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25일 건강보험공단의 주요 수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핵수술 약 19만9,200건 중 28.7%(약 5만7,300건)가 겨울철(1·2월과 12월)에 이뤄졌다. 특히 1월은 2만809건으로 가장 많았다. 수술이 불가피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된 환자가 많다는 얘기다.
◇치질환자 10명 중 7명이 치핵…음주 자제해야
치질은 치핵·치루·치열 등 항문에 나타나는 질환을 통칭한다. 이중 치핵이 치질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치핵의 치(痔)는 항문의 질병을, 핵(核)은 덩어리를 뜻한다. 반복되는 배변, 힘줘 변을 보거나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 등으로 인해 항문 주변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혈관·점막과 점막 아래 조직이 부풀어 오르거나 덩어리를 이루며 늘어져 출혈(배변시 혈변)·가려움증 등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이 조직이 항문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출산도 치핵의 위험요인이다. 음주는 혈관을 확장시켜 항문 출혈을 일으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치질 초기에는 안 좋은 배변습관 등 교정, 약물치료를 통해 치질이 악화하지 않도록 한다. 차가운 장소나 딱딱한 의자는 피하고 화장실에서 스마트폰 등을 보며 변기에 오래 앉아있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오래 앉아 있으면 항문 쪽 혈관 조직이 확장돼 탈출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치핵 수술을 받은 직장인 P씨(45)도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으로 SNS와 검색을 하느라 15분 이상 앉아 있기 일쑤였다.
치핵을 예방하려면 배변 시간이 5분을 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식이섬유 섭취를 늘려 변비를 막아야 한다. 잦은 술자리는 가급적 삼가야 한다.
치핵은 50세 이상 장노년층의 50%가량에 찾아오는 흔한 질환이다. 치핵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사람만 연간 61만명이 넘는다. 40대와 50대가 각각 20%로 가장 많지만 30대(19%)와 20대(16%)의 비중도 크다.
◇섬유소 섭취·배변 후 온수 좌욕 증상 완화에 도움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앉아 있으면 누워있을 때보다 정맥압이 3배 정도 올라간다”며 “일·공부 등 때문에 이런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다 치핵에 걸리는 환자가 과거보다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치료가 늦어질수록 선택의 폭이 좁아지므로 치질이 의심되면 빨리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게 좋다”며 “혈변의 원인이 치핵 때문인지, 대장 출혈 등 때문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지정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대항병원의 이두한 대표원장은 “치핵은 혈관이 증식되고 점막이나 피부의 살덩어리가 늘어져서 생기므로 수술로 완치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경험 많은 전문의가 병변을 확실히 제거하면 재발률도 1% 미만으로 낮다”고 말했다.
치질은 배변·식습관 개선과 온수 좌욕 등을 통해 증상을 개선하거나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정해진 시간에 하루 한 번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들이고 5분 안에 일을 보지 못하면 중단하는 게 좋다. ‘1-1-5 원칙’이다. 스마트폰·신문·책을 보며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은 금물이다. 몸을 앞으로 숙이지 말고 편안히 앉은 상태에서 배에 많은 힘을 주지 않는 게 좋다.
장운동과 항문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물성 섬유소 섭취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김·다시마, 콩, 고구마·감자, 사과·알로에·당근 등은 섬유질이 풍부하면서도 열량이 낮고 장에서 생성되는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다.
배변 또는 외출 후 3~5분간 미지근한 물에 좌욕을 하면 혈액순환과 수술 후 상처 치유 등에 도움이 된다. 좌욕을 하면서 항문을 오므렸다 폈다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소독약·소금 등은 넣지 말아야 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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