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첫 데드크로스를 맞았다. 집권 초기의 높은 지지율에 비해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을 뿐만 아니라 중간층이 거의 없이 긍정평가 45%에 부정평가 46%라는 수치에서 나타나는 양극화도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는 취임 당시 소통과 화합을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과도 맞지 않는 결과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최근 청와대가 특감반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여러 문제점을 통해 원인의 한 자락을 읽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늘 강조하던 도덕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인해 오히려 비판을 더 키우는 악수(惡手)를 반복했다. 그러니 대통령과 청와대를 믿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태우 수사관의 주장이 얼마나 진실과 부합하는지는 확인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신중하게 확인해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비위혐의자의 일방적 주장이니 들을 필요조차 없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욱이 ‘불순물’이니 ‘미꾸라지’니 ‘DNA가 없다’는 등의 표현은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려는 의지조차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런 반응이 오히려 의혹과 불신을 더욱 확대시키고 청와대의 입지를 약화시킨다는 것을 모른다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는 것이다.
청와대의 주장대로 김 수사관의 개인적 일탈이며 처벌을 피하기 위한 부당한 폭로라 하더라도 문제는 적지 않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인물을 특감반원으로 임용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이고 그의 일탈행동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청와대 내에서 특감반의 감찰 대상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기준조차 명확하게 공유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생긴 후 개인의 일탈행동으로 돌리는 것이 설득력을 가지기는 어렵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청와대 특감반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에서는 과연 어떤 잘못을 인정하고 있으며 그 잘못을 어떻게 고쳐나가고자 하는가.
어떤 인간도 완벽할 수 없으며 조직 또한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인간은 실수하고, 신은 용서한다’는 말까지 있다. 그런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무리수를 두다 보니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청와대 특감반 사태가 바로 그렇다.
정부와 여당의 핵심인물들이 야당 시절에 민간인사찰에 대해 얼마나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는가. 그런데 박근혜 정부와는 달라졌다는 현 정부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이른바 ‘정보수집활동’을 하고 그것이 문제돼 개인일탈로 돌리는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사건을 축소시키려 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해야 한다. 유사한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대안을 마련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정보수집의 대상과 절차·방법을 명확하고 투명하게 규정하고 이를 벗어난 행동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면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경우에 이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파국이 초래될 수도 있다.
어쩌면 청와대에 있는 공직자들이 너무 오만해져서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했던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광화문 시대 대통령이 돼 국민과 가까운 곳에 있겠습니다. 따뜻한 대통령, 친구 같은 대통령으로 남겠습니다.”라는 뜻에 따라 행동해왔는지 반성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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