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한중일 3개국 가운데 혁신 생태계 기반의 스타트업 분야는 분명 중국이 앞서 있다.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1세대 스타트업들은 차세대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혁신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국에서 이러한 패턴이 정착된 것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1세대 스타트업의 경영전략과 QR코드 기반의 결제 시스템, 자전거 공유 시스템 등 기존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히 채택할 수 있는 특유의 열린 기업환경 덕분이다. 대기업이 된 1세대 스타트업이 후배 스타트업들에 성장사다리를 제공하는 혁신 생태계 모델이 중국 경제의 또 다른 경쟁력이 된 것이다.
중국이 한 발짝 앞서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일본이 아니다. 한때 ‘스타트업 불모지’라는 오명까지 얻었던 일본이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정책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흐트러진 물건의 위치를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정리봇’으로 유명한 프리퍼드네트웍스(Preferred Networks)다. 일본 스타트업 기업가치 1위인 이 회사는 도요타자동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협업을 추진하면서 지난해에만 도요타로부터 105억엔(원화 1,040억원)을 유치했다.
일본의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미국의 2~3%에 불과하지만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급증하면서 스타트업 성장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우주산업·로봇·자동차 분야에서 다양한 스타트업이 나오고 자동차 시장에서도 도요타·닛산·혼다 등이 경쟁하고 있어 스타트업이 기업대기업(B2B)으로 거래하기 쉬운 구조다.
이제 대기업이 산업 분야의 모든 가치사슬을 장악하던 시대는 지났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구글·애플·페이스북 등이 여전히 인공지능(AI) 분야의 스타트업 인수에 열 올리는 것처럼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기업 생존의 핵심전략이 되고 있다.
개방과 협력에서 기술과 아이디어를 얻는 오픈 이노베이션 문화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까지 퍼져야 한다. 대기업·스타트업·대학 등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스타트업이 대기업이나 투자자 앞에서 새로운 기술을 피칭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늘어나야 한다. 무역협회도 대중견기업, 스타트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를 통한 혁신 생태계의 기반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쏟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코엑스에 스타트업 글로벌센터가 문을 열면 이런 활동이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그리고 스타트업과 대학 등 주요 구성원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혁신 생태계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모습이 일상이 되기를 소망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