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순다 해협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 수가 꾸준히 늘어 400명을 넘어섰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의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대변인은 25일 기자들을 만나 “사망자가 429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1천485명, 실종자는 15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5천600여명으로 파악됐던 이재민의 수도 1만6천여명으로 증가했다.
수토포 대변인은 주택 882채와 73개 숙박업소, 60개 상점이 파손되고, 선박 434척과 차량 65대가 망가지는 등 물적 피해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최대 피해지역은 판데글랑으로, 이 지역에서만 290명이 숨지고 1천143명이 다쳤다”고 덧붙였다.
재난당국은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바람에 한때 시신운반용 가방이 부족한 상황에 처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트리뷴 뉴스 등 현지 언론은 영안실이 꽉 차는 바람에 현지 종합병원으로 옮겨진 시신 중 84구가 실온에 방치돼 부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 가운데 순다해협 주변 해안지역에는 우기(10월∼이듬해 3월)로 인한 폭우가 이어져 건물 잔해 아래 갇혀 있을지 모르는 생존자에 대한 수색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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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 지역 대피소로 피난한 주민들도 질병과 식료품 부족 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 비정부기구(NGO) 소속 의사 리잘 알리민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어린이가 열병과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약품과 깨끗한 물, 식량이 부족하고, (침구 따위가 없어) 사람들이 맨바닥에 자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순다 해협 일대 해안에는 지난 22일 밤 최고 3m 높이의 쓰나미가 닥쳤다.
쓰나미의 원인으로는 앞바다에 있는 화산섬인 아낙 크라카타우의 남서쪽 경사면에서 일어난 대규모 붕괴가 해저 산사태를 유발했다는 설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태양, 지구, 달이 일직 선상에 있는 대조기(사리)를 맞아 만조 수위가 높았던 데다, 지진이 아닌 산사태가 원인이었던 탓에 쓰나미 경보가 제대로 내려지지 않아 피해가 더욱 커졌다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어 지진과 화산분화, 쓰나미 등으로 인한 피해가 자주 발생한다.
2004년에는 수마트라 섬 연안에서 규모 9.1의 대지진과 대형 쓰나미가 일어나 인도네시아에서만 12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올해 9월 말에는 규모 7.5의 강진과 쓰나미가 술라웨시 섬을 덮쳐 2천200여명이 숨졌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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