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는 한경호(사진)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은 지난 석달여 동안 ‘야전사령관’을 자처했다. 취임한 9월부터 글로벌 경제 불안으로 주가가 요동치기 시작한 탓에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동분서주했기 때문이다. 한 이사장은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도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올해보다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안정성을 계속 강화하고 위험관리 역량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한 이사장이 취임 후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안정적 성과창출이다. 10월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가 13%나 하락했고 변동성 장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이 같은 증시 불안은 지방공무원의 공제기금을 모아 총 12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지방행정공제회에도 큰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 이사장은 “바로 컨틴전시 플랜을 실행하는 등 비상경영 시스템을 가동하며 리스크 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지방행정공제회 내부에서도 올해 목표 수익률인 4.7% 달성은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다만 연평균 수익률이 4~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어려운 여건에도 선방했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 이사장은 “올해 주식 비중을 24%에서 16%로 내리는 대신 안전자산인 채권은 9%에서 13%로 늘렸다”며 “상대적으로 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자체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행정공제회의 올해 수익률은 내년 1~2월께 확정 발표된다.
한 이사장이 이 같은 리스크 관리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경남지사 권한대행으로 일했던 시절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9대 대선 출마를 위해 지난해 4월 경남지사를 사임한 후 당시 행정부지사였던 한 이사장은 잔여 임기 동안 도지사 권한 대행을 지냈다. 지난 1월 밀양화재 때 재난 관리를 수행하며 프로세스를 구체화하고 체계화한 경험을 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으로 일하면서 되살렸다고 한 이사장은 회고했다. 그는 “수·금요일마다 현안점검회의를 열어 실·국장들이 쟁점에 대해 토론하고 위기 극복 방안을 마련한다”며 “상시적으로 하니까 상당히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기 극복 방안은 ‘소통’이다. 한 이사장은 여의도 자산운용사 사장들과 지금까지 9차례 간담회를 가졌다. 흔히 ‘갑’의 위치인 연기금 대표가 자산운용사를 직접 찾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여의도 금융가에 두루 회자됐다. 한 이사장은 “공제회와 자산운용사의 관계는 전략적 동반관계”라며 “서로 윈윈하는 관계로 바꿔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북 정읍시 산내면 등 소규모 행정기관까지 찾아가며 가입자와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한 이사장은 “제 별명이 ‘한소통’”이라며 껄껄 웃었다.
내년도 투자 방향도 안전성에 방점을 찍었다. 한 이사장은 “향후 글로벌 경제는 경기 고점 우려와 무역분쟁 등의 불확실성에 따라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투자 여건은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며 “유럽·북미·호주 등 선진국 위주의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행정공제회는 대체 투자의 일환으로 최근 해외 인프라 투자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캘리포니아 교직원 공제회 등 유명 연기금과 조인트벤처(JV) 형식으로 공동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차기 최고투자책임자(CIO) 선임 계획과 관련해 한 이사장은 “현재 3명으로 후보자가 압축된 상황”이라며 “내년 1월 초·중순께 선임 절차를 매듭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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