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서울 시내 빈 건물과 도로 위 등에 공공주택이 들어선다. 유럽처럼 파격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공공주택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26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앞으로 공급할 공공주택 8만가구에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양적 공급’에 치중했던 공공주택 정책에서 벗어나 삶의 질까지 고려한, 새로운 공공주택 모델을 다양하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혁신방안은 △ 주민편의 및 미래혁신 인프라 조성 △ 도심형 공공주택 확대로 직주근접 실현 △ 도시 공간 재창조 △ 입주자 유형 다양화 △ 디자인 혁신을 담고 있다.
우선 앞으로 공공주택을 지을 때는 주민편의시설이나 창업시설 등을 함께 조성한다. 도로 위처럼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공간에도 주택을 공급한다. 북부간선도로(신내IC∼중랑IC 구간) 위로 2만5,000㎡ 규모 인공지반을 조성해 공공주택 1,000가구와 공원, 문화체육시설 등을 조성하는 안이 대표적이다. 시는 도심 공공주택 확대를 위해 업무빌딩이나 호텔의 공실을 주택으로 바꾸고, 상업·준주거지역 주거비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여러 계층이 다양하게 사는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한편 네덜란드의 ‘큐브하우스’나 싱가포르의 ‘인터레이스’처럼 창의적인 디자인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후 6년간(2012∼2017년) 총 13만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했다. 11월 기준으로 서울 시내 공공주택 재고는 29만3,131가구에 이른다. 서울시는 앞서 19일 국토교통부의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발표 당시 2022년까지 8만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이날 구체적인 공급 방안을 공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급 방식은 크게 △ 기존 부지 활용(2만5,000가구) △ 도심형 주택 공급(3만5,000가구) △ 저층 주거지 활성화(1만6,000가구) △ 정비사업 및 노후 임대단지 활용(4,600가구)으로 나뉜다.
우선 기존 부지 활용으로 강남구 삼성동의 ‘노른자 땅’인 서울의료원 주차장 부지(7,000㎡, 800가구)와 대치동 동부도로사업소 부지(5만2,795㎡, 2,200가구)에 공공주택 총 3,000가구를 공급한다. 중랑·서남 물재생센터(3,220가구)에도 주택을 짓는다. 서울시는 당초 2040년 목표로 추진해왔던 계획을 변경해 공급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다. 강일·장지·방화 버스차고지(1,430가구)와 한강진역 주차장(450가구), 구 가리봉시장 부지(3,620㎡, 220가구) 등 8곳에도 공공주택 2,220가구를 공급한다. 관악구 금천경찰서 이전부지(5,480㎡, 130가구), 광진구 구의유수지(1만895㎡, 304가구), 육아시설 등을 갖춘 신혼부부 특화단지, 관악구 신봉터널 상부 유휴부지(5,205㎡, 280가구)에는 청년주택을 각각 조성한다. 경의선 숲길 끝(4,414㎡, 300가구)에 교통섬으로 활용되던 유휴부지와 증산동 빗물펌프장 부지(5,575㎡, 300가구)도 주택부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밖에 서초 염곡 일대 및 도봉구 창동 유휴부지, 수색역세권 유휴부지, 강서구 군부대 등은 도시개발사업으로 진행되며, 광운대 역세권과 도봉구 성대 야구장부지는 사전협상으로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도심형 주택공급은 규제 완화와 함께 이뤄진다. 서울시는 상업지역 주거비율을 400%에서 600%로, 준주거지역 용적률은 400%에서 500%로 높이기로 했다. 도심 내 정비사업구역 주거비율도 90%까지 확대한다. 대신 증가분의 50%는 공공주택을 지어야 한다. 서울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내년 3월부터 3년간 이같은 규제 완화를 한시적으로 적용해 주택 1만6,810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또한 지하철역 250m 이내 역세권 용도지역 상향으로 1만7,6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일정 조건을 만족한 부지는 준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를 상향해주고 용적률 증가분의 50%를 임대주택으로 돌리는 방식이다. 우선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내년 7호선 공릉역 주변 등 5곳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이 유럽 순방 중 밝힌 도심 업무용 빌딩의 공실을 주거 용도로 전환하는 전략도 종로, 용산 등에서 처음으로 실행된다. 중대형 업무빌딩은 청년 주택으로, 소형 업무빌딩은 사회주택 등 공유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이미 종로구 베니키아호텔(지하 3층∼지상 18층)을 청년 주택(255가구)으로 전환하는 사업과 용산구 업무용 빌딩 공실 일부를 1인 가구를 위한 공유주택(200가구)으로 전환하는 시범사업(2건)이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저층 주거지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에도 나선다. 소규모 정비사업 시 공공주택을 도입하면 층수 제한을 7층 이하에서 15층으로 완화해주고, 2022년까지 빈집 1,000가구를 사들여 공공주택이나 청년창업공간 등으로 재활용해 총 4,000가구를 공급한다. 또한 신축 예정이거나 신축 중인 주택 매입을 연간 2,600가구에서 5,000가구로 늘려 2022년까지 9,6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노후 임대주택단지인 상계마들단지, 하계 5단지 등은 생활편의시설을 갖춘 공공주택 단지로 재건축해 2022년까지 908가구를 공급한다. 또한 단지 내 공원이나 도로처럼 공공성이 낮은 기부채납 비중은 줄이기로 했다.
서울시는 계획 이행을 위해 도시계획위원회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역세권 청년주택 전담 수권 소위원회를 구성한다. 민간기업이나 기관 등을 위한 전용 상담창구(가칭 ‘주택공급상담팀’)도 신설한다. 서울시는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질 좋은 공공주택 공급과 함께 “부동산으로 인한 투기이익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토지공개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0년 이후 서울 주택공급이 늘었지만, 자가 보유율이 51.3%에서 지난해 48.3%로 떨어진 데는 투기 수요가 작용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시는 아울러 공시가격 현실화와 함께 임대차 행정 등 주택정책의 여러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해달라고 촉구했다. 박원순 시장은 “기존의 공적 임대주택 24만가구 공급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도심을 비롯한 기성 시가지를 활용해 공공주택 혁신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집이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라는 인식을 확립하고, 지속가능한 주거 안정을 이뤄나간다는 항구적 목표를 중단 없이 이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은비 인턴기자 silverbi2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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