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군사당국 간 초유의 진실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한국 군함의 일본 군용기에 대한 레이더 조준 여부. 지난 20일 공해상에 표류하는 북한 어선을 탐색하던 한국 해군의 구축함이 부근을 비행하던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레이더로 조준했느냐를 놓고 연일 공방전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한국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평상시 같으면 실무절차를 확인하고 넘어갔을 문제를 물고 늘어져 이슈로 만든 일본이 할 말은 다하면서 정작 핵심 증거는 ‘우방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구실로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의 입장이 맞선 가운데 두 나라의 처지가 바뀌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한국 해군의 초계기가 일본기처럼 행동했다면 격추당했을 수도 있다. 과거의 사례가 그렇게 말해준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1996년 6월 림팩 훈련에서 ‘오발’로 표적을 예인하던 미 해군의 A-6E 전투기 한 대를 떨어뜨렸다. 일본은 호위함(구축함)의 근접방어무기(CIWS)가 오작동했다고 둘러댔으나 정밀분석 결과 조준 자체가 A-6E 전투기를 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항해 중인 군함에 저공접근은 그만큼 위험한 행위다. 자칫 적대 행동으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군기 격추 7개월 전(1995년 11월)에는 항공자위대의 F-15J 전투기가 앞서 가던 동료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 명중시키는 황당한 사건도 벌어졌다. 기기 오작동으로 알려졌던 사고 원인은 조종사의 실수로 드러났다. 두 사건 초기에 일본은 거짓으로 일관했다.
공해상에서 군함의 지위를 잘 아는 일본이 문제를 키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첫째는 국내 정치용이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변신 중이지만 북한 비핵화로 ‘늑대’의 존재가 희석된 마당. 마침 한일관계가 나빠진 상황에서 한국도 위험하다는 인식을 일본 유권자들에게 심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두 번째는 한미관계 이간질.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진하려는 미국에 한국에 대한 나쁜 인상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우방국 항공기도 추적하는 도발과 한일 위안부 협정 무효나 징용 배상 판결이 같은 맥락’으로 몰아가려는 저의가 의심된다. 추론의 영역을 넘어 이번 사태로 보다 확실해진 게 하나 있다. ‘갈수록 함께 가기 힘든 이웃, 일본’이 다시금 확인됐다는 점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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