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일부 국제사회에서 비난했던 한국의 ‘개고기 문화’가 쇠퇴하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26일 보도했다.
CNN은 이날 서울발 뉴스로 잡아먹힐 뻔한 유기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입양돼 청와대의 ‘퍼스트 도그’(first dog)가 된 토리를 상징적인 예로 들면서 개를 ‘식탁용’에서 소중한 동반자로 보는 한국인의 변화된 인식에 주목했다. 한국에선 최근 수년간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의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 반려견을 기르는 가정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일명 ‘보신탕’ 음식점 수도 2005년과 2014년 사이 40% 줄었다. 현재 국회에는 개를 식용으로 기를 수 없도록 가축에서 제외하는 법안과 사육장에서 개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 등이 올라와 있다. CNN은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이미 쇠락해 가고 있는 개고기 산업이 거의 붕괴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경기도 성남의 한국 최대 규모 개 도살장이 폐업한 사례도 조명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한 해 수백만 마리의 개가 식용으로 팔리기 위해 도살됐다. HSI 활동가인 김나라씨는 “한국 개고기 산업의 종말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순간”이라며 “이는 개고기 산업이 한국 사회에서 점점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폐업을 원하는 개 사육장 업주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의 활동을 펴고 있다. 김씨는 현재 13개 사육장 업주를 돕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한국의 개고기 산업이 쇠락해 가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전문가는 한국에서 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이유로 점점 심화하는 경쟁 사회 속에서 안식을 주는 동반자를 찾으려는 심리적 원인을 꼽았다. 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는 1인 가정의 수가 증가하고 대인 관계에서 겪는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지면서 반려견에서 위안을 찾는 인구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의 반려견 산업은 점점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KB금융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현재 성인 4명 중 1명이 반려견을 기르고 있으며 여기에 지출하는 금액은 한 달에 약 90달러(약 10만원) 정도다.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관련 상품, 보험, 일일 탁견 시설, 그루밍샵 등 서비스 산업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농협에 따르면 한국의 반려견 산업 규모는 2013년 11억4,0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에서 2017년에는 34억 달러(약 3조8,000억원)로 3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2020년에는 54억 달러(약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